'단지 이번만 운이 나빴을 뿐이야….'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손해를 본 주부 이모(45)씨는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달랜다. 이씨는 재테크라곤 은행 예·적금밖에 모르고 살아왔지만, 이자가 너무 낮다 보니 난생처음 주식에 눈을 돌리게 된 초보 투자자다. 이씨는 "주택 대출도 갚아야 하고 애들 학비는 계속 들어가고 남편 퇴직은 다가오고… 돈을 빨리 튀길 수 있는 방법이 주식 말고는 없지 않으냐"며 "이번엔 실패했지만 다음 투자 땐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를 맞아 이씨처럼 뒤늦게 주식 투자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개미투자자들은 외국인·기관과의 수익률 싸움에서 늘 패자(敗者) 신세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2010~2012년 투자 주체별 매매 성과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관은 매년 시장 대비 초과 수익을 거둬 3년 연속 승자가 됐지만, 개인은 3년 연속 시장수익률을 밑돌았다. 개미 투자자들은 왜 투자 성적이 부진할까? 삼성증권은 개미들의 '모 아니면 도'식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개인 10명 중 4명이 한 종목에 베팅

삼성증권이 2월 말 기준으로 고객 66만명의 보유 종목 추이를 살펴봤더니, 종목 수가 1개인 경우가 전체 투자자의 40%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거액이건 소액이건 투자 규모에 상관없이 개인들은 특정 종목에 몰빵 투자하는 성향이 짙다"면서 "주식을 단일 종목만 보유하면 위험 분산이 되지 않기 때문에 패배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개인투자자 중 13%는 11개 이상의 종목에 투자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 팀장은 "10개 이상 종목에 투자하게 되면 해당 기업의 뉴스만 체크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분산투자 효과도 낮아지므로 차라리 주식형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면서 "개인들이 주식에 투자할 때 적당한 종목 수는 4~5개 정도"라고 말했다.

◇손절매 못하는 개인

몰빵식 투자 외에 손해를 봤을 때 과감하게 손절매를 못하는 행태도 실패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기상 미래에셋증권 차장은 최근 한 노신사의 주식투자 상담을 해주다가 화들짝 놀랐다. 10억원 정도의 자산을 주식시장에 투자했는데 보유 종목은 40개나 됐고 이 중에 35개는 모두 마이너스(-)였기 때문이었다. 이 차장은 "손실 난 종목은 일단 처분하고 오를 수 있는 종목으로 갈아타야 한다고 권했지만, 갖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르겠지란 기대감 때문에 처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신사처럼 대다수 개인이 손실이 발생한 종목에 대해선 원금 수준까지의 주가 반등을 기대하면서 계속 쥐고 있는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너만 알려줄게'란 말에 솔깃해서 전문가조차 들어보지 못한 저가주 종목을 매수하는 위스퍼(whisper·귓속말) 투자자들은 실패 확률이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남룡 삼성증권 차장은 "최근 6년간 개인들의 평균 매수 단가는 9260원 정도로 외국인·기관(4만5100원)에 비해 크게 낮았다"면서 "하지만 통계적으로 볼 때 저가주는 대박 확률보다 상장폐지 확률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값싼 수수료의 부작용

개인들을 보호하거나 우대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투자자들의 수익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는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에 주가가 가격제한폭(위아래로 15%)까지만 움직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신중하지 않은 거래에 나선다는 것이다. 거래 대금의 0.015% 정도에 불과한 값싼 주식 매매 수수료는 비용 측면에서 개인들을 무감각하게 만들어서 과도한 거래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회전율(연간 거래량을 연평균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은 124%로, 기관(56%)이나 외국인(59%)보다 훨씬 높았다. 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주식 수에 비해 거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신한PWM스타센터 PB팀장은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수수료가 싸다고 해도 사고팔기를 너무 자주 하게 되면 계좌 잔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