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태양광 제조업체인 중국의 선텍(Suntech)파워가 빚을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시장에 만만치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19일(현지 시각) 선텍이 지난 15일 만기가 다가온 5억4100만달러 규모의 부채를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현재 선텍의 미국 나스닥 주가는 0.59달러로 1달러 미만이다. 2007년 전성기 때 80달러까지 갔던 것에 비하면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다.

선텍은 호주 유학생 출신 스정룽(施正榮) 회장이 2001년 고향인 중국 장쑤성(江蘇省) 우시(無錫)에 설립한 태양전지·모듈 생산 기업이다. 중국 이름은 '상더(尙德)'. 지난 2005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고 중국의 세계 태양광 시장 제패를 상징해 왔다.

부도 원인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에 따른 누적 적자다. 선텍은 지난해 실적발표도 하지 못할 만큼 회사 상황이 어려웠다. 재작년에는 6억3300만달러의 영업적자를 냈다. 부채 규모는 22억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가 선텍을 포기

전 세계가 의아하게 생각하는 점은 중국 정부가 선텍의 채무 불이행을 내버려 뒀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공격적으로 투자에 나서 설비를 증설하도록 금융지원을 해왔다.

그 바람에 태양광 구조조정은 공급 과잉의 근원지인 중국이 아니라 유럽·미국·한국에서 진행됐다. 독일의 큐셀(한화가 인수)과 솔론, 미국의 솔린드라와 에버그린솔라 등 주요 업체가 파산한 것이 대표적이다. 태양광을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던 삼성·LG·현대중공업·KCC 등 한국의 대기업도 일제히 투자를 보류하거나 축소했다.

김상열 태양광산업협회장은 "중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을 세계 최고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내세워 지원을 해오다 더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이다. 선텍과 함께 세계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의 트리나솔라, 잉리도 지난해 각각 2억3000만달러, 4억달러씩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중국 정부에 부담을 줬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선텍을 어떻게 처리할지 여부다. 만약 지방정부에서 그대로 인수하고 현재의 생산능력을 유지할 경우 업계의 숙원인 공급 과잉 해소가 힘들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 체제 이후 태양광 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을 중단하는 기조가 분명해졌다고 해석한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중앙정부가 대형 태양광 업체를 통합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지방정부에서 이를 따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물 전면이 태양전지로 덮여 있는 중국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선텍 공장. 이 회사는 19일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채무 불이행을 선언했다.


한국에는 중장기적 기회

한국도 선텍 채무 불이행의 영향권에 있다. 선텍은 한국에서 폴리실리콘(태양전지 원재료)을 사가는 '큰손'이었다. OCI는 오는 2016년까지 선텍과 6억3100만달러에 달하는 폴리실리콘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일부 계약 파기도 염두에 둬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는 중장기적으로 호재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현재 전 세계 태양전지 생산량은 수요 대비 50% 이상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이 벌어질 경우 공급 과잉 해소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선텍의 경쟁사인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솔라원·큐셀 등은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SNS리서치의 김광주 대표는 "중국 태양광을 대표하는 거대 기업의 몰락은 역으로 한국 기업들에 청신호"라며 "최근 일본 등에서 태양광 모듈 주문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