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1일 밤 11시. 현대홈쇼핑에서 흙침대 광고가 나갔다. 내용은 200만원 상당의 흙침대를 한 달 6만9900원에 36개월 렌털 방식으로 판매한다는 것. 설 연휴 후 귀경 인파가 몰릴 때였지만, 전화 주문은 폭주했다. 무려 1000건이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 3년 내내 무상 AS(사후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데다 3년 뒤 소유권도 이전돼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낸 것이다.

정수영 상품기획자는 "최근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아진 반면 극심한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무이자 할부 개념으로 판매하는 렌털 상품이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렌털'(Rental·임대)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매월 조금씩 장기적으로 빌려 쓰는 방식이 사서 쓰는 것보다 목돈이 적게 들면서 경기 침체기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렌털 업체가 사후 관리까지 해줘 편의성도 높을 뿐 아니라 20~30대 젊은이들이 나눠쓰는 방식에 익숙한 것도 한 이유다. 이에 따라 렌털 품목도 침대와 피아노 등 전 제품으로 확대되며 다양한 업체들이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매출 급증하는 렌털 상품들

정수기 등 각종용품을 빌려주는 업체들의 관련 매출은 지난해 급증했다. 교원에서는 정수기 렌털 건수가 지난해 35만여대로 2011년보다 30% 증가하며 렌털 관련 매출이 13% 성장했다.

GS샵에서는 안마의자 등 렌털 상품 상담전화가 지난해 30만건으로 2007년보다 10배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보다 100% 늘었다. 현대홈쇼핑에서는 지난해 렌털 매출이 62억원 선. 2011년 3억원에서 20배 넘게 급증한 셈이다. 올 들어 2월까지 16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매출을 2배 넘게 뛰어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렌터카 서비스를 시작한 옥션에서도 매달 30~40%씩 서비스 신청자가 늘고 있다. 한국렌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렌털시장 규모는 2006년 3조원에서 2011년 10조원으로 3배 넘게 커졌다.

렌털 사업이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당장 목돈이 적게 들어가는 결제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교원 '웰스' 정수기의 경우 구입하면 64만9000원이지만 렌털할 경우 1달에 1만8500원씩 3년 동안 내면 내 것이 된다. 총 가격은 66만6000원으로 한꺼번에 구입하는 것보다 1만7000원 비싸지만 1달에 1만원씩 나눠 내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는 것이다.

옥션 관계자는 "렌터카의 경우 저렴한 연료(LPG)를 사용할 수 있고 보험료와 세금 부담도 없어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구입한 뒤 관리가 쉽고 편하다는 장점도 있다. 렌털 업체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방문해 청소나 수리를 해준다. 코웨이의 경우 2011년부터 침대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도입했다. 직원이 4개월에 한 번씩 방문해 매트리스 속과 겉을 청소해 주고 진드기까지 제거해 준다. 침대는 피부에 직접 닿지만 청소하기가 쉽지 않아 아이를 둔 주부의 호응을 받으면서 한 달에 4000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저렴한 초기 비용에 편리한 사후 관리로 인기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의 경우 남의 것을 빌려 쓰는 데 익숙한 것도 한 이유다. 특히 이들은 비싼 돈을 주고 사 오래 쓰는 것보다 적은 돈으로 렌털한 뒤 고장이나 싫증이 나면 금세 새 물건으로 바꿀 수 있는 점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교원 관계자는 "웰스 정수기 렌털 고객의 60% 이상이 20~30대 고객"이라며 "젊은이들은 소유하는 것보다 사용하는 데 가치를 두면서 '공유' 경제가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업체들은 다양한 상품으로 렌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다이나톤 디지털 피아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보일러와 보청기, 캠핑용품과 금고 등을 새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13일 자동차 렌털 사업을 시작했다.

GS샵 강원형 팀장은 "올해 렌털 상품 편성 시간을 지난해보다 10% 늘릴 계획"이라며 "렌털 방식 판매가 전 상품군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