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기업'이라고 하면 보통 중후장대(重厚壯大) 산업 분야의 제조업체를 떠올리기 쉽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기 때문이다. BMW메르세데스―벤츠, 철강 기업 티센크루프, 전자·전기업체 지멘스, 제약·화학 전문기업 바이엘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최근 국내시장에서 독일산 생활·패션 소품과 먹을거리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정통 제조업이 아니더라도 전문 분야에서 한우물을 판 '히든 챔피언'들이 한국 소비자를 파고드는 첨병이다. 히든 챔피언이란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이 만든 용어로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우량 중소기업을 말한다.

독일 '히든 챔피언' 제품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리모와 캐리어. 리모와는 1898년 창업해 3대째 여행용 캐리어만을 생산하고 있는 전문 기업이다. 독일 내 직원은 250여명에 불과하지만, 항공기에 사용하는 소재를 사용해 가벼우면서도 튼튼한 제품으로 유명하다.

트레이드 마크인 홈으로 파인 세로줄 무늬와 흰색·은색·검은색 등 무채색을 많이 써 독일 특유의 단순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국내 시판 가격이 50만~200만원 선으로 고가(高價) 제품이지만, 매출 신장률이 가파르다.

이 업체 관계자는 "2006년도 한국 시장에 처음 판매를 시작했는데 매년 50%씩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출 호조는 매장 수에서도 확인된다. 2006년 서울 강남구 청담본점 한 개 매장으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전국 12개로 늘었다.

독일의 라미 만년필도 최근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라미는 독일 초등학생 중 약 70만명이 라미 만년필로 글쓰기를 배울 정도로 '국민펜'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판매 가격은 5만~30만원 선. 몽블랑이나 워터맨, 파카 등 수십만~수백만원까지 하는 수입 만년필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대중적이라 할 수 있다.

라미 관계자는 "최근 자신만의 글씨체를 찾으려는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소비자들이 만년필을 찾으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색다르다'고 인기 있는 독일 제품

독일 가공식품도 색다른 이미지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망치로 깨어 먹는 과자'로 소문을 타기 시작한 디저트 과자 '슈니발렌'은 백화점 기획매장에서만 판매하다 최근엔 커피숍으로까지 진출했다. 슈니발렌을 판매하는 전문 커피숍까지 생겼다. 슈니발렌 인기를 타고 국내 판매권을 가진 슈니발렌 코리아는 지난 15일 사업 설명회도 따로 열었다.

독일 커피 치보 카피시모도 작년 한국에 직영점을 오픈한 후 50% 이상의 매출 상승을 보이고 있다. 치보 관계자는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캡슐 커피 판매에서 상승 곡선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 캡슐 커피 시장은 네스프레소가 독주해왔다.

이 밖에 게롤 슈타이너 스프루델 생수, 임팩트 민트 사탕 등 독일산 식음료 제품들도 국내 전문 매장을 열거나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통해 판매망을 넓혀가고 있다.

치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독일 주재원 출신이나 유학생들이 알음알음 찾다가 최근 마케팅을 본격화하면서 좀 더 이색적인 것을 찾는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독일산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