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31조원 규모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며 사업 추진 6년 만에 좌초했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바꿀 것이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던 용산개발 사업은 이제 파산 초읽기에 들어갔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PFV)는 13일 오전 9시까지 갚기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2000억원에 대한 이자 59억원을 내지 못해 디폴트에 처했다고 이날 밝혔다.

ABCP 이자를 상환하지 못함에 따라 6월 돌아오는 2000억원의 ABCP를 일시 상환하지 못할 경우 용산개발 사업은 파산에 처한다.

당초 용산역세권개발사업은 59억원의 이자를 대한토지신탁이 제공하는 자금으로 막을 계획이었다. 대한토지신탁은 우정사업본부가 지급한 손해배상금 257억원 중 코레일이 지급 보증한 64억원을 드림허브에 지급해 부도를 막을 것으로 전해졌으나 대한토지신탁이 자체 이사회를 열고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판단,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디폴트 처리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코레일의 지급 보증 부분에 더해, 가압류와 같은 명령 처분이 생길 경우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해서도 보증을 요구했으나 이 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자금 지급을 중단했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 침몰에 따른 사회·경제적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당장 1조원의 드림허브 자본금은 허공으로 날아가게 됐다. 코레일은 그동안 받았던 땅값 약 3조원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 이럴 경우 이 사업을 통해 누적된 부채 상환을 기대했던 코레일의 애초 계획에도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공기업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대규모 소송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6년 가까이 재산권 행사가 금지됐던 서부이촌동 주민 2300여가구는 집단 소송에 나설 태세다. 코레일을 비롯해 30여개 민간출자사 사이에서도 책임 규명을 위한 소송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는 철도공사(코레일) 소유의 서울 용산 옛 철도정비창 땅과 주변 서부이촌동 일대 사유지를 묶은 52만㎡에 세계적인 업무·상업·주거 복합 단지를 짓는 사업으로, 111층 랜드마크 빌딩을 비롯한 67개 빌딩 등이 계획됐다. 건물 전체 연면적도 338만㎡로, 서울 여의도 63빌딩 20개를 짓고도 남는 규모다. 총 사업비는 31조원으로 4대강 살리기 사업(22조원)보다 많다.

사업이 본격 시작된 2007년부터 지금까지 4조원 안팎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아직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사라진 돈 대부분은 땅값과 금융 이자를 내는 데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