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개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이하 드림허브)가 부도를 막기 위한 단기 자금 수혈에 실패하면서 최종 부도가 결정됐다. 지난해 전환사채(CB) 발행이 불발되면서 매일같이 부도 위기를 넘겨오던 드림허브가 결국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9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비극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용산역세권개발에 발을 들여놨던 민간출자사와 사업을 주도했던 코레일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출자사 피해 금액 눈덩이

업계에서는 민간출자사들의 드림허브 부도로 인해 드림허브 자본금, 토지반환채권, 랜드마크빌딩 계약금 등 총 5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출자사들은 이번 드림허브 부도로 자본금 1조원을 그대로 날릴 처지다. 코레일 2500억원, 롯데관광개발 1510억원, KB자산운용 1000억원, 삼성물산 64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 490억원 등 29개 주주사가 지분율대로 출자한 자본금 회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코레일의 경우에는 손실이 더욱 커진다. 코레일은 드림허브에 투자한 자본금 이외에 이미 선매입한 랜드마크빌딩의 1차 계약금 4161억원 날릴 수밖에 없다.

토지 매입을 위해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통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2조4363억원에 대한 책임도 코레일과 민간출자사 사이에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과 사업 주도권을 가지고 힘겨루기를 했던 롯데관광개발은 회사 존립이 어려워질 수 있다. 롯데관광개발의 경우 드림허브 출자금 이외에 1차 전환사채 인수금 226억원이 추가로 투입돼 전체 투자금액이 1700억원에 이른다. 회사 자본금(55억원)의 수십 배에 이르는 손실을 보는 셈이다.

◆ 삼성물산 시공권 날아가

지난 2011년 삼성물산은 용산 랜드마크빌딩 시공권을 현대건설과 치열한 경합 끝에 따냈다.

양측이 비슷한 조건이었으나 배점(70%)이 큰 초고층 시공실적 등의 항목에서 삼성물산이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용산사업이 무너지면서 삼성물산은 드림허브 출자금과 함께 랜드마크빌딩의 시공을 완료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시공비 1조4000억원)도 없던 일이 됐다.

또 삼성물산은 당시 랜드마크빌딩 시공사에 선정되면서 8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랜드마크빌딩 수주 당시 비용과 시공으로 인한 기회비용까지 날아가게 된 것이다.

민간출자사 한 관계자는 “일단 부도가 난 만큼 자본금 회수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는 상황”이라며 “코레일 등에서 향후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국민연금도 불똥

같은 민간출자사지만 펀드로 용산개발에 발을 들여놓은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운용도 곤란한 처지다.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로 용산역세권개발 사업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9년 KB운용과 미래에셋에 각각 1000억원과 250억원 등 총 1250억원을 투자했다.

결국 KB운용과 미래에셋의 드림허브 출자금은 국민연금의 돈인 셈이다. 자본시장의 절대 갑(甲)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의 돈을 날린 만큼 향후 KB운용과 미래에셋은 추가펀드 조성과정에서 국민연금에 손을 벌리기 어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