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모든 협상을 매듭지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독소조항’으로 꼽으며 문제를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의 재협상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채 박근혜 정부로 넘어왔다. 개성공단 등 역외 가공지역의 생산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는 원산지 문제는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 설치를 통해 꾸준히 논의가 이뤄져 왔으나 지난달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해결이 지연되고 있다.

FTA 후속 대책에 대한 과제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전문가들은 FTA의 효과를 늘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관세 인하·철폐 혜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ISD·개성공단 제품 원산지 인정 문제는 '현재 진행형'

정부는 한·미 FTA 발효 3개월 후인 지난해 6월 ISD 민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ISD의 개정·보완 방안에 대해 검토해 왔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ISD 재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정부조직개편안 통과가 지연되면서 박근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미확정 상태다.

정부가 ISD 재협상에 머뭇거리는 이유는 미국 측이 ISD 재협상에 대한 ‘협상 카드’로 쇠고기 시장 추가 개방을 꺼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월령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는 수입되고 있지 않다.

개성공단 등 역외 가공지역의 생산제품에 대한 원산지 인정 문제도 남아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반도 역외 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했지만 최근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 한반도 비(非)핵화를 조건으로 하는 위원회 협상기준상 우리측의 입장을 관철시키기가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남은 협상들의 진척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협상단의 면모가 바뀌는 점도 정부의 또 다른 부담이다. 그동안 한국과의 협상을 담당해오던 론 커크(Ron Kirk)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월부터 퇴임설이 나오면서 후임자 내정을 앞두고 있다.

◆ FTA 활용률 더 높여야…중소기업에 인력 지원 필요

정부는 FTA 규정의 복잡한 원산지 증명 절차로 인해 FTA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교육을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펼쳐왔다. 우리나라 세관이나 대한상의 등으로부터 원산지 증명을 받아야 관세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복잡한 발급절차 등으로 FTA를 활용하지 않는 기업들이 아직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한미 FTA의 활용률은 수출의 경우 지난해 9월 63%에서 지난해 연말 68.9%로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입의 경우 56.7%에서 61%로 소폭 개선됐다. FTA가 발효된 지 100일이 됐을 때 수출과 수입의 활용률이 각각 59.2%, 51.4%에 머무르던 것에 비해 10%포인트 가량 상승한 것이다. FTA 활용률이란 FTA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출입 물량에서 실제로 관세혜택을 적용받은 물량의 비중을 뜻한다.

한미 FTA의 경우 수출활용률이 다른 나라와의 FTA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미국이 큰 시장인 만큼 활용률을 더 높이는 게 여전히 정부의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가 FTA 전문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분야 퇴직인력 등을 대상으로 FTA 석사과정을 개설, FTA 전문컨설턴트를 양성하고 대학에 FTA 강좌 개설을 지원하고 있지만 컨설팅이나 인력의 현장 배치 지원 등 실제 체감도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력과 조직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문제다. 김영귀 대외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FTA의 후속조치로 이행협의회가 몇 차례 열리긴 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대기업의 경우 FTA 활용을 잘하겠지만, 궁극적으로 하부구조가 튼튼해지려면 중소기업도 FTA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수출기업의 FTA 무역비용 절감을 위해 원산지증명 절차와 인증수출자 갱신을 간소화하고 원산지관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