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와 미국 본토의 중간에 있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키리바시 공화국의 대통령이 "돈벌이 때문에 2004년까지 북한 사업가들에게 여권을 발급했었다"고 고백했다. 북한인들이 소국(小國)의 여권을 불법으로 취득한 뒤 국제사회의 눈을 피해 무기 거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해당 국가의 지도자가 이를 시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은 최근 호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세금 수입 때문에 북한인에게 여권을 발급한 적이 있다"며 "이들이 국제적인 범죄와 연계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며 여권 발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작년 말 일본의 대북 인권단체인 '아시아인권'은 "평양 출신인 한철, 주옥희가 키리바시와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의 여권을 가지고 활동했다"며 "이들은 미얀마 등으로 불법 무기 수출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동신국제무역공사의 이사들"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한철과 주옥희는 2005년 키리바시 정부로부터 여권을 받았다. 2007년에는 세이셸 여권도 발급받았다. 이 나라들은 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 투자자에게 여권을 주는 제도를 운용해 왔으나 국적 세탁 등의 우려가 커지면서 2000년대 초반을 전후해 제도를 중단했다고 밝혀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1979년 영국에서 독립한 키리바시는 국제사회에서 중립적인 성향을 보여온 국가여서 이 나라 여권을 소지하지면 북한 여권에 비해 다른 나라를 여행하기 쉽다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