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무원들에게 자료를 요청하면 정부 이메일이 아닌 민간 이메일로 답장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메일, 네이트 등 발송처는 다양합니다.

정부 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고 나서 이런 현상은 부쩍 잦아진 모습입니다. 장시간 출퇴근으로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으로 업무 처리를 하기 때문이지요. 기자 입장에서는 신속하게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다는 데서 반길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게 있습니다. 외부에 공개돼도 문제없는 자료가 민간 이메일을 통해 오가는 것은 괜찮겠지만, 보안이 요구되는 정부 내부 자료를 주고받을 때에도 민간 이메일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입니다. 정부 예산안이나 경제 정책과 같은 중요한 자료가 민간의 이메일 서버에 저장되고 있다는 얘기지요. 이미 민간 이메일은 해킹 문제로 보안이 뚫린 바 있습니다. 국정원의 보안 규정에 따르면 만약에 기밀이 요구되는 자료가 유출됐을 경우 공무원에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민간의 이메일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이 이러한 위험에도 민간 이메일을 사용하는 이유는 모순적이게도 정부의 보안 지침 때문입니다.

보안 규정에 따라 공무원들은 일반 PC와 내부 업무용 PC(인트라넷 PC)를 사용하는 데요, 직원 간 채팅 등이 가능한 인트라넷 PC는 보안상 이유로 일반 인터넷이 아닌 전용선으로만 연결돼있습니다. 이 PC가 위치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작업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지요. 청사 이동으로 이동이 잦아진 상황에서 인트라넷 PC 앞에 앉기란 쉽지 않습니다.

공무원들은 정부 청사가 아닌 외부에서 정부 이메일에 접근하려면 USB 보안키가 있으면 가능합니다만 이 보안키는 모바일 기기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활용도가 낮다고 합니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정부 이메일이 아닌 민간 이메일을 쓰는 것이지요. 기획재정부의 한 과장은 "중요한 자료가 민간 서버에서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면 가슴이 서늘하다"며 "이 때문에 서버가 해외에 있어서 추적이 어려운 지메일을 사용하는 공무원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청사 이전으로 서울을 오가는 공무원들이 늘자 광화문 등에 인트라넷 PC를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출장 온 공무원들이 이 센터를 오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또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 모바일 기기로 이용 가능한 민간 이메일을 쓰게 된다고 합니다. 앞으로 대형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모바일 환경 변화에 발맞춰 정부도 보안 규정을 '업그레이드' 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