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코리아인프라펀드(이하 맥쿼리인프라)는 지난해 대구광역시 제4차 순환도로(이하 대구 순환도로)를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1238억원. 맥쿼리인프라가 대구 순환도로에 투자한 금액은 896억원(지분투자 576억원, 후순위 대출 320억원)으로 매각 차익만 343억원이 발생했다. 여기에 대구 순환도로는 지난 2006년 투자 이후 연평균 10.8%의 수익을 냈다. 이를 통해 맥쿼리인프라가 6년간 거둬간 수익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약 600억원에 이른다.

맥쿼리인프라 운용역인 맥쿼리코리아가 지난 2006~2012년 벌어들인 총수입은 2297억원 가량이다. 맥쿼리코리아 수입원은 배당, 운용수입, 성과보수 세가지이다. 맥쿼리코리아는 배당수입 282억원, 운영수입 1569억원, 성과보수 446억원을 걷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투자는 10~30년까지 장기투자가 기본이다. 그런데 맥쿼리는 어떻게 6년이란 짧은 기간에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었을까.

맥쿼리인프라가 선진투자방식으로 내세우는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은 민간이 시설을 건설하고 일정기간 직접 시설을 운영해 민간사업자가 사업에서 직접 수익을 거두는 구조다. 투자 구조 자체는 매우 평범하지만, 비결은 투자한 이후에 나타난다. 지분 투자 이후 사업장 운영과정에서 '편법'이 동원되는 것이다.

◆ 후순위대출의 마법

맥쿼리인프라의 후순위대출 규모는 8573억원이다. 사업장별로 보면 광주제2순환도로 1구간 352억원,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517억원, 우면산터널 96억원, 천안-논산 고속도로 1822억원, 수정산터널 193억원, 마창대교 790억원, 용인-서울고속도로 770억원, 서울지하철 9호선 335억원, 인천대교 894억원, 부산신항망 1930억원 등이다. 후순위 대출이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이른다.

이자(利子)는 사업장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10~20% 수준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전체 사업장에서 벌어들이는 이자만 1719억원이다.

후순위 대출은 높은 이자를 받는 대신 경영악화가 발생해 운영회사의 채권을 정리할 경우 대출해준 자금을 변제받지 못할 가능성이 선순위 대출보다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시민단체 상당수는 맥쿼리가 사업장에 지분투자를 뒤 사업법인의 이사회에서 장기 차입금을 조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후순위 대출을 발생시켜 이자를 거둬들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우면산터널의 경우 맥쿼리인프라가 사업회사인 우면산인프라웨이의 지분을 36% 보유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이후 우면산인프라웨이에 후순위대출을 통해 약 96억원을 빌려줬다. 이자는 20%. 최소수입보장(MRG)계약을 통해 일정 수준의 매출을 보장받는 상황에서, 고리의 이자까지 추가로 받아내는 셈이다.

경실련 관계자는 "맥쿼리는 사업장의 건설이 끝나면 운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했다"며 "이후 후순위 대출을 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맥쿼리인프라는 후순위 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국토해양부나 지방자치단체만을 상대방으로 해서 계약을 체결해 망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명목뿐인 위험에 대한 수당으로 고리의 이자를 받아간다는 설명이다.

◆ 국내에서 빼간 돈 얼마나 되나

맥쿼리인프라가 국내에서 가져간 금액은 얼마나 될까.

맥쿼리인프라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2006년 56억원에서 사업장이 개통되면서 2007년 820억원, 2008년 1837억원으로 급증했다. 대구-부산 고속도로의 전환사채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한해 1000억원이 넘는 이익을 냈다. 이후 2009년부터 지난해(2012년)까지 매년 1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운용자산 1조6911억원인 펀드에서 6년간 벌어들인 수익만 7425억원인 셈이다. 수익의 90% 이상은 배당으로 지급된다. 쉽게 말해 투자한 금액의 43%에 해당하는 돈을 6년만에 챙겼다는 것이다. 2008년 이후 금융위기로 대다수 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맥쿼리의 이 같은 성적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정부 공무원들이 국민 혈세를 맥쿼리인프라에 챙겨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맥쿼리 측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국부유출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맥쿼리인프라의 주주구성을 보면 한화생명(13.12%), 신한은행(7.36%), 공무원연금(5.30%) 등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들이 78%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국인의 비중은 22%이며, 이중 맥쿼리그룹 본사의 지분율은 3.8%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맥쿼리인프라가 국내에서 가져가는 돈이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맥쿼리인프라는 지난 2006년부터 해마다 200억원 이상 운용수수료 명목으로 챙겨가고 있다. 맥쿼리인프라가 지난해까지 운용수수료로 가져간 금액만 1569억원이다. 맥쿼리인프라의 경우 운용수수료 이외에 해마다 8% 이상 수익이 발생할 경우 초과 이익의 20%를 성과보수로 가져간다. 성과보수는 2006년과 2008년에 지급됐는데 각각  273억원, 173억원이다. 이를 통해 맥쿼리가 국내에서 순수하게 벌어들인 금액은 맥쿼리그룹이 보유한 3.8%에 대한 배당금 282억원 가량과 운용보수, 성과보수를 더해 약 2297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 맥쿼리 따라 하는 지자체와 연기금

맥쿼리인프라의 투자전략을 그대로 따라 하는 지자체나 기관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맥쿼리가 민간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거두자, 국내 기관들도 비슷한 방식의 투자를 도입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관들이 처음에는 맥쿼리가 운용하는 인프라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하다가, 직접 사업장에 투자하는 비중을 늘려가기 시작했다”며 “맥쿼리와 같은 조건으로 투자하면 나쁠 것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맥쿼리가 전 정권 특혜설을 전면으로 부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내 기관들도 함께 투자를 진행했으며, 사업장별 최대주주도 맥쿼리가 아닌 곳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 기관과 함께 투자하는 상황에서 맥쿼리만 특혜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맥쿼리가 투자한 대다수 사업장의 경우에는 서울시 산하의 SH공사는 물론 교직원공제회와 사학연금, 지방자치단체 들이 나눠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히려 일부 사업장의 경우에는 국내 기관이 맥쿼리인프라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다. 물론 맥쿼리와 같은 조건으로 후순위 대출을 진행하기도 했다.

통행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인천공항고속도로는 교직원공제회가 45.07% 보유하고 있다. 천안-논산고속도로는 맥쿼리인프라의 지분이 60%, 사학연금과 국민은행이 각각 20.33%, 19.67%씩 투자했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맥쿼리와 교직원공제회가 각각 15%, 강원도와 춘천시도 5%씩 보유하고 있다. 용인-서울고속도로는 맥쿼리와 산업은행이 각각 35%, 25%씩 지분 투자한 상태다. 우면산터널 역시 주요주주로 맥쿼리(36%)와 서울시 산하의 SH공사(25%)가 이름을 올린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맥쿼리가 들어온 이후 국내에서 인프라투자는 대부분 지분 참여 외에도 후순위 대출이 일반화됐다”며 “일부 사업장의 경우 서울시나 인천 등 지자체가 직접 투자하면서도 계약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