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게임산업협회장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게임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게임산업협회와 게임규제에 앞장서온 여성가족부가 새로운 수장을 맞이하면서 ‘셧다운제’(청소년 심야 게임접속 금지) 공방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게임산업협회는 정부와 국회의 지속된 압박에도 속시원하게 말 한번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왔다. 하지만 최근 여당의 5선 중진 남경필 의원이 협회장을 맡으면서 활력을 찾는 모습이다.

여당과 인수위에서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박근혜 정부 최연소 장관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도 11일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같은 여당 출신 두 정치인이 셧다운제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존폐 여부와 필요성을 놓고 한치의 양보 없는 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 남경필 회장 "셧다운제 효과 없다"…자율적 규제로 가자

남경필 게임산업협회장은 지난달 취임간담회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도 강제적이기보다는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만 요란했지 셧다운제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남 회장은 게임규제 관련 법안에 대해서도 “같은 당 의원이라도 생각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하겠다”며 “산업 성장을 위해 야당과도 초당적인 협력을 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남경필 회장은 게임산업의 국가경제 기여 홍보와 함께 업체들의 사회공헌 활동을 독려, 이미지 쇄신은 물론 힘있는 단체장으로 역할을 다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절대적인 게임업체와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지지가 담겨 있다. 막대한 현금창출력을 가진 게임업체의 경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들이 후원금을 비롯한 정치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남 의원이 과거 협회장과는 달리 적극적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 조윤선 장관 "셧다운제 효과 있다"…현 제도 존속 지지

조윤선 여가부 장관은 18대 국회의원 시절 셧다운제 시행에 반대했었다. 조 장관은 "당시에는 게임중독 아이들에 대한 가정 내 감독·지도를 방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달 초 장관 인사청문회에서는 여가부의 입장을 적극 대변,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을 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로 상당히 효과를 보고 있다는 국민의 평가가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조윤선 장관은 “셧다운제를 도입한 취지와 실효성을 운영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의원이나 조윤선 장관 모두 새누리당 내에서 40대 기수로서 평소 소신있는 발언과 의정활동을 주목을 받아왔던 인물이다.

정치계에서는 같은 편에서 선·후배지간으로 통했던 이들이지만 이제는 각자 처한 입장에서 ‘창’과 ‘방패’로 맞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 회장과 조 장관이 셧다운제 문제를 놓고 별도 회동을 할 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며 “남 회장이 향후 국감 등에서 여·야 의원들을 부추겨 셧다운제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 수 있을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