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의 양강(兩强) 구도에 새로운 도전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3' 전시회가 그 무대였다. 모바일OS는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핵심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OS를 내세워 PC 시장을 주름잡았던 것처럼 모바일 시장에서도 OS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둘러싼 경쟁이 뜨겁다. 미국 모질라재단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MWC 2013’전시회에서 파이어폭스(Firefox)를 선보였다. 삼성전자와 인텔이 개발 중인 모바일OS‘ 타이젠(Tizen)’을 스마트폰에서 실행한 모습.
모바일 운영체제(OS)를 둘러싼 경쟁이 뜨겁다. 미국 모질라재단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MWC 2013’전시회에서 파이어폭스(Firefox)를 선보였다.

파이어폭스, 안드로이드 대항마 되나

가장 주목받는 신예는 파이어폭스(Firefox)다. 미국 비영리 단체 모질라재단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개발자 수천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만들어지고 있다. PC에서 빠른 속도와 편리한 이용법으로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검색프로그램(웹브라우저)파이어폭스를 스마트폰 OS로 개편한 것이다.

최대 장점은 PC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저가 스마트폰에서도 첨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파이어폭스는 차세대 웹 표준 언어인 'HTML5'를 기반으로 해 제작됐다. 응용프로그램(앱)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웹 브라우저 내에서 동영상, 게임 등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만든 크롬 OS와 흡사한 구조다.

파이어폭스는 MWC 전시장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8번 홀의 파이어폭스 전시관뿐만 아니라 메인 전시관인 3번 홀에서도 중국 스마트폰 업체 ZTE와 스페인 통신회사 텔레포니카 등에서 풍성한 꼬리가 달린 주황색 파이어폭스 로고가 보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급성장하는 ZTE는 파이어폭스 OS를 내장한 스마트폰 '오픈'을 선보였다. 3.5인치 작은 화면이긴 했으나 프로그램을 작동하고 정보를 검색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화면 전환은 부드러웠지만, 간간이 인터넷 접속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OS나 단말기의 문제일 수도 있고 현지 이동통신망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다.

ZTE 스마트폰 자체의 성능은 뛰어나지 않았다. 애초부터 프리미엄 시장보다는 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아직 일반 휴대전화(피처폰)를 쓰는 인구가 상당한 만큼 이들을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데 유용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T 이석채 회장은 "현재 스마트폰이 너무 비싸다. 4~5개 정도 모바일 OS가 경쟁하면 가격이 내려가고 소득이 낮은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인텔 연합군, 타이젠으로 새로운 생태계 연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연합해 타이젠(Tizen)을 내놓았다. 타이젠 연합에는 이들 외에도 NTT도코모·오렌지텔레콤·KT·SK텔레콤·보다폰·화웨이·파나소닉·후지쓰 등 12개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참여 회원사 면면으로는 파이어폭스보다 더 화려하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이 타이젠 개발을 주도한다는 점도 든든한 배경이 된다.

타이젠의 최대 장점은 개방성이다. 타이젠을 도입한 회사들이 각자 사정에 맞게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빼는 등 수정 작업이 편리하다는 뜻이다. NTT도코모의 나카타 기요히토 회장은 "통신사들이 독자적으로 앱스토어(응용프로그램 장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의 리처드 유 최고경영자(CEO)도 "타이젠 OS는 정말 개방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iOS는 애플이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모두 틀어쥐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마음대로 수정할 수가 없다.

타이젠 연합은 MWC 미디어 행사에서 게임 '아스팔트 7 히트'와 '컷 더 로프', 동영상 앱 '비메오', 라디오앱'미스터라디오' 등 4종을 공개했다. 안드로이드용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임시로 '타이젠 OS 2.0'을 탑재해 작동 모습을 시연했다. 아직은 안드로이드보다 기능이 단순한 느낌이었다. 스마트폰 자체는 ZTE가 만든 파이어폭스 단말기보다 훨씬 화면이 크고 시원했다.

타이젠 OS를 넣은 스마트폰은 이르면 오는 7∼8월 유럽과 일본 등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가 제작을 담당한다. 인텔의 크리스토퍼 크로튜 국장은 "최근 여러 개발자에게 타이젠폰을 나눠줬다"며 "정식 출시 때는 소비자들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놀라운 것을 경험하도록 앱을 수천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그동안 개발해온 독자 OS '바다'는 포기하고 타이젠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바다는 2.0 버전을 끝으로 사라진다"며 "바다에서 인기 있었던 일부 앱은 타이젠용으로 변환해 서비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모바일 OS가 속속 등장하는 것은 애플과 구글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들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과 구글은 최근 앱스토어에서 과도하게 많은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는 등 비판에 직면해있다. 신규 모바일 OS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안정적이고 편리하게 작동하는지와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앱 생태계가 만들어지느냐에 달렸다. 타이젠 연합은 5월에 대규모 개발자 대회를 열어 앱 개발을 독려할 예정이다. 

→모바일 OS(Mobile Operating System)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모바일(이동형) 기기를 작동하기 위한 핵심 소프트웨어(운영체제). PC에서 윈도 OS를 먼저 설치한 뒤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처럼 스마트폰도 별도의 OS가 있어야 다양한 앱을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애플 iOS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