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밤샘근무 없는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본격 시행한다. 직원들이 밤·낮을 번갈아가며 근무하던 주야 2교대제는 현대차 울산공장이 설립된 1967년 이후 46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밤샘근무 폐지로 직원들의 삶의 질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조업시간 단축 탓에 생산성 저하도 우려된다.

◆ 1인당 근무시간 하루 1.5시간 단축, 밤샘 철폐

현대·기아차는 4일 아침 첫 출근조를 시작으로 국내 전 공장에서 주간 연속 2교대 체제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기아차 노사는 작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주간 연속 2교대 시행에 관해 최종 합의했다. 지난 6개월간 세부 논의 및 설비투자를 진행한 끝에 예정대로 이 날 주간 연속 2교대를 본격 시행한다. 이는 지난 2003년 근무형태 변경 논의를 시작한 지 10년 만이다.

기존 주·야간 근무를 할 때와 주간2교대 근무로 바뀐 뒤의 시간표.

현대·기아차 근무형태가 기존 주야 2교대(10시간+10시간)에서 주간 연속 2교대(8시간+9시간)로 전환되면 직원 1인당 하루 근로시간이 10시간에서 8.5시간으로 줄어든다. 연간 근로시간은 1인당 평균 236시간(연간 근무일수 230일 기준) 줄어드는 셈이다.

또 업무 시작·종료 시간과 휴식시간을 조정하고, 잔업을 하루(2개조 기준) 4시간에서 1시간 가량으로 대폭 줄임으로써 밤샘근무 관행도 없앴다. 이로써 현대·기아차가 지난 46년(1967년 울산공장 준공 이후), 40년(1973년 소하리공장 준공 이후)간 유지해 온 주야 2교대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 삶의 질 향상 Vs 생산성 저하

현대?기아차의 주간 연속 2교대 시행으로 직원들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1월 2주간의 주간 연속 2교대 시범운영을 마친 뒤 실시한 설문조사(생산직 1만 5000여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다양한 여가생활을 이번 조치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다만 1인당 조업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당장의 생산성 저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주간 연속 2교대제에 따른 현대차의 생산량 감소분은 18만5000대, 기아차는 17만9000대 수준이다.

이 같은 폐단을 최소화 하기 위해 현대차는 울산·아산공장의 시간당 생산속도(UPH)를 30대(402대→432대) 끌어올렸다. 쉬는 시간 조정을 통해 기존 비가동시간 일부를 작업시간으로 돌리기도 했다.

기아차 역시 소하리·화성·광주공장 전체 시간당 생산속도를 30대(308.3대→338.3대) 끌어올리고, 일부 추가 작업시간을 확보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통해 생산량 감소분 전체를 만회한다는 목표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해외 완성차업체의 HPV(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 HPV가 짧을 수록 생산 효율성이 높다.

◆ 주말 특근 방식 합의 못해

주간 연속 2교대제가 본격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말 특근 방식에 대해서는 노사가 여전한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주말 특근만큼은 종전처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심야에 일하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시간에 특근을 해야 밤샘 근무로 인한 수당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휴일 심야 근무는 최대 3.5배의 시급을 적용받기 때문에 개인당 하루 30만원 정도의 수당을 챙길 수 있다.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범 실시한 2013년 1월 7일, 평소보다 근무를 빨리 끝낸 1조 근로자들이 오후 3시 40분쯤 현대차 울산공장 정문을 빠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밤샘 근무를 없애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주간 연속 2교대제의 당초 취지와는 맞지 않다. 노조 안에서도 휴일 야간에 근무하는 것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주간 2교대제 하에서 주말 특근 방식을 조율 중이지만, 좀처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말 특근 방식에 대해 노사간 이견이 있지만 조율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