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통계청 공식 통계로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중간 정도 수준이지만, 국세청 자료를 이용해 추정해 보면 거의 꼴찌 수준이라는 논문이 나왔다. 그러나 조사 방법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한국의 소득 분배'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국세청 자료를 이용해 지니계수를 다시 추산해 보니 통계청이 발표한 0.310(2010년 기준)보다 0.1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0.371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는 0~1 사이의 값으로 나타나며,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분배가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통계청 발표로는 OECD 39개 회원국 중 관련 통계를 발표한 34개국 중에서 17위이지만, 김 교수가 새로 계산한 수치로는 5위로 올라간다. 김 교수는 이 논문을 28일 KDI(한국개발연구원삼성경제연구소·서울대 경제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형 시장 경제체제의 모색' 세미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통계청의 공식 지니계수 통계는 매년 전국 가구 중 1만 가구 정도를 표본으로 뽑은 뒤 설문조사해서 계산한다. 김 교수는 통계청의 표본 추출 과정에서 고소득층이 대거 누락돼 있다고 주장한다. 고소득층이 소득 공개를 꺼려 통계청 조사관이 나오면 응답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로 소득 구간별 인원을 추정한 뒤 기존 통계청 표본과 합쳐서 지니계수를 새로 추정했다. 이렇게 새로 추정된 지니계수는 0.371로 칠레·멕시코·터키·미국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몇몇 경제학자들은 김 교수의 조사 방법에 의문을 제기한다. 박영철 고려대 교수는 "표본조사인 가계동향과 전수조사인 국세청 과세자료를 뒤섞으면 자료에 왜곡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또 유경준 KDI 연구위원은 "표본 조사에서 일부 계층이 빠지는 것은 당연하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국세청 자료를 활용해 지표를 재산출해 국제 비교를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전수조사를 표본조사로 바꿀 때 발생하는 왜곡을 바로잡는 통계 기법을 적용했고, 이 방법은 미국의 경제학자들도 이미 사용한 것"이라며 "같은 방법을 사용했을 때 미국의 지니계수는 별 차이가 없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지니계수가 큰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도 한국 공식 통계에 문제가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