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고아라씨(27·여)는 얼마 전 모바일 문자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 계정을 지웠다. ‘하루 벌고 한 달 노세요’, ‘야한 동영상 보러와’, ‘오빠 연락해주세요’같은 음란성 스팸 문자가 하루에 5,6통씩 오는 것을 참다못해 내린 결정이다. 스팸 문자가 올 때마다 발신 계정을 차단했지만 계속되면서 스트레스도 점점 커졌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이 이처럼 스팸 문자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고통받는 사용자가 최근 늘고 있다. 아직 많지는 않지만 사용을 중지하거나 고씨처럼 아예 계정을 탈퇴하는 사례도 종종 생기고 있다.

국내외에 7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톡을 악용한 스팸 발송량이 증가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나해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송된 불법 스팸 신고건수는 3200만건이었다. 이 가운데 8만건은 카카오톡, 라인 같은 모바일 메신저와 팩스, 게시판 등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KISA는 신고되지 않은 스팸까지 포함하면 실상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단문메시지(SMS)로 전송된 스팸 메시지의 경우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 일반폰(피처폰)에서 KISA의 불법스팸대응센터에 바로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로 받는 스팸은 따로 KISA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신고하거나, 메신저 운영업체에 신고해야 한다.

모바일업체들도 자체적으로 스팸 메시지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카카오톡은 사용자가 모르는 해외 번호에서 발신된 메시지의 경우 프로필 사진에 해외 국기가 자동으로 뜨게 설정하고 있다. 해외 번호로 대포폰을 만들어 스팸을 대량 발송하는 경우를 구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달부터는 게임 초청 메시지를 한 달에 한 번만 보내도록 제한하기도 했다.

또 ‘친구추천’에 모르는 사람이 등장하면 곧바로 차단하고 신고하는 시스템도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 카카오 측은 스팸 발송자로 신고된 사용자의 계정은 영구적으로 사용을 정지시키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스팸을 보내는 방법이 더욱 교묘하고 복잡하게 바뀌고 있다”며 “스팸 차단을 위한 대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스팸 메시지(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