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원칙은 월가(街)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열심만으로 최고위직에 오르기는 어렵지요. 자신이 일하는 분야를 넘나드는 다각적 네트워크와 젊은 시절에만 쌓을 수 있는 전방위적 경험을 더해야 합니다."

존 김(52·한국 이름 김용우) 뉴욕라이프자산운용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고의 두뇌가 모이는 미국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계 인사로 꼽힌다. 신학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간 아버지를 따라 일곱 살 때 미국에 이민한 그는 약 3550억달러(약 380조원)의 자산을 관리하는 뉴욕라이프자산운용의 CEO에 2008년 올랐다. 2011년부터는 이 회사의 모회사이자 세계 최대 생명보험사 인 뉴욕라이프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겸직하고 있다. 투자자와의 만남을 위해 최근 서울을 찾은 김 회장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월가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계로 꼽히는 존 김 뉴욕라이프자산운용 회장은 “회사의 스포츠 행사나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내성적 동양인’이라는 나쁜 편견을 떨쳤고, 사무실에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했다”고 성공 비결을 소개했다.

―월가는 '대나무 천장(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유난히 심한 곳으로 꼽힌다. 한국계라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했나.

"28년 전 대학을 졸업하고 애트나보험에 취업했을 때만 해도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 지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했다. 특히 금융계에선 한국인을 찾기 어려웠다. 월가는 '나이 든 백인들의 클럽'이라고 불릴 정도로 백인이 득세했다. 동양인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는 편견이 팽배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양인이 성실하고 머리가 좋다는 인식도 있었다. 나는 회사의 스포츠 행사나 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내성적 동양인'이라는 나쁜 편견을 떨쳤고, 남들보다 눈에 띄게 열심히 일하면서 성실함이라는 장점을 부각하려고 애썼다. 백인이 많은 미시간주(州)에서 자란 덕에 동양인이 적은 환경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눈에 띄게 열심히 일한다는 게 어느 정도인가.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무실에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몇 년 동안 꾸준히 남들보다 15분 정도 일찍 나와서 15분 정도 늦게 퇴근한다면 회사에서 모를 수가 없다. 아울러 동양인에게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극적이어야 한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과의 네트워크로는 부족하다. 골프장, 헬스클럽, 교회, 봉사활동 현장 등을 오가면서 여러 각도의 네트워크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월가에서 중간 관리자까지 올라간 동양인은 꽤 있지만 최고위직은 매우 드물다. 임원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더 필요한가.

"젊은 시절 최대한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해 보라고 당부하고 싶다. 입사 후 직장 초년병 때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생각보다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겠다는 자세로 일하는 것이 좋다. 금융인뿐 아니라 모든 직장인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중간 관리자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최고위층이 이들 중에서 임원 승진자를 결정한다고 가정해 보자. 예를 들어 15년 동안 영업만 한 사람과 영업, 자산운용, 리서치, 기업금융을 두루 해 본 사람 중에 누구를 뽑을까. 나는 입사 직후 5년 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신용투자, 기업금융, 영업, 포트폴리오매니저 등 여러 자리를 거쳤다. 당시의 경험이 밑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올해 시장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나.

"그동안 채권으로 몰려간 돈이 주식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대전환(great rotation)'이 올해 안에 발생하리라고 본다. 채권 값은 확실히 고평가돼 있다. 뮤추얼펀드 시장을 보면 금융 위기 이후 약 1조달러가 주식에서 채권으로 넘어갔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 중 상당 부분이 다시 주식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장기 국채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고평가돼 있기 때문에 '절대 투자해서는 안 되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는 9월에 있을 독일 총선이 관건이다. '하나의 유럽' 신봉자인 앙겔라 메르켈이 혹시라도 물러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총리가 당선된다면 유럽에 다시 한번 큰 충격이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