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세종시에서 왔는데 앞으로 자주 올 테니 잘해달라, 좀 싸게 해달라 하는 사람이 꽤 늘었어요. 공무원은 아닌 것 같고 일반 회사원들 같았는데, 여튼 세종 청사 덕분인지 매출도 좀 늘었어요.”

성매매 알선 카카오톡 아이디 등록 후 채팅 해 보니 최근 대전 지역 손님이 많이 늘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충청권 최대 유흥가인 대전 유성 일대 한 유흥주점 사장 박모(44)씨는 세종 청사 이전을 반기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한동안 불황 여파로 손님이 많이 줄었지만, 작년 말부터는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이 본격화되면서 최근 손님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청사 이전 덕분에 유성 일대 밤거리도 다시 불 좀 켜게 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세종시가 본격적으로 완성되기 이전에 유흥업소부터 재미를 본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 유성 유흥주점들 "단골 모셔라" 가격 할인 경쟁

유성구는 세종시 인근 최고 유흥·번화가. 정부 세종청사에서는 16km 정도 거리로 택시를 이용할 경우 15~20분에 2만원 정도 요금이면 도착한다.

정부 세종청사 모습

특히 유성온천 관광특구로 지정된 유성 봉명동 일대는 여러 종류의 유흥 업소들이 즐비해 있다. 유성 호텔 인근 건물들에는 ‘안마’, ‘노래방’, ‘단란주점’ ‘미시 대기’ 등의 간판이 붙은 건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종 청사 시대를 맞아 주변 일대에서 유흥업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성구에 따르면 작년 12월말 기준 음식점(유흥주점 포함)등록 수는 3897개로 2011년 3546개에 비해 351개 늘어났다.

이곳 유흥주점들은 최근 세종시 손님들이 늘면서 일찌감치 단골로 잡기 위해 가격 할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봉명동의 E유흥주점 관계자는 “워낙 유흥업소가 많아 경쟁도 치열했고, 경기 침체로 한동안 손님도 크게 줄었는데 작년 말부터 세종시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확실하게 단골로 만들려고 계산할 때 택시비 정도를 따로 챙겨주거나 술값을 깎아 주는 경우도 생겼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 유흥업소 거리 모습

세종시 조성을 위해 일하는 일용직 건설 근로자들이 많은 점도 유성 유흥주점들이 번성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현장사무소가 설치된 공공·민간 건설현장은 총 108곳. 이곳에 투입되는 건설인력은 하루 평균 9328명에 이른다.

인근 노래방 업소 관계자는 “일용직 근로자들이 비가 오거나 공사를 할 수 없는 날이 되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룸살롱이나 단란주점 보다는 노래방 등의 저가 유흥업소를 많이 찾는 편”이라며 “유성을 비롯해 천안 쪽으로도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 춤추는 유성…공무원들 탈선 우려 커져

유성에는 유사 성행위가 이뤄지는 소위 '북창동식' 주점들이 많다. 간판에도 '북창동식'이라고 공개적으로 표시해 둔 곳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세종시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도 전 유흥업소들만 성장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유성에는 북창동식 영업을 하는 주점들이 많기 때문에 비싼 돈을 내고 2차를 나가기 부담스러운 공무원들이 적잖이 찾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대전 유성 유흥가의 모습. 한 건물에 여러 종류의 유흥업소가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출장 안마 및 성매매 등을 알선하는 ‘카카오톡’ 아이디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카카오톡’으로 친구등록 신청을 걸어오는 ‘김OO’을 친구 등록하면 어느 지역이든 상관없이 10만~30만원을 받고 출장 성매매를 알선해 준다.

실제로 해당 아이디를 친구로 추가해 상담대화를 나눠보니 ‘오후 5시부터 어느 지역이든 가능하니 입금을 하라’는 대화가 돌아왔다. 상담대화 여성은 “최근 들어 전체적인 수요가 많이 늘어난 편”이라며 “최근에는 세종시 주변인 대전과 충남 지역에서도 카톡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서 ‘대전 오피’(오피스텔 불법 성매매)를 검색하면 성매매를 주선해주는 번호 열댓 개를 찾을 수 있었다.

유성 단란주점 관계자는 “사실 기러기로 혼자 내려온 공무원이 많은데 당연히 오피스텔이든 어디든 (유흥·성매매가) 잘되는 것 아니겠냐”며 “‘아웃콜’(여성이 출장을 나가는 방식) 방식보다는 ‘인콜’(남성이 찾아가는) 방식의 오피스텔 성매매 영업도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대전 인근 오피스텔 성매매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