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종업원 김미선(가명·39)씨의 한 달 수입은 80만원 정도 된다.

두 아이를 학교에 보낸 평일 낮 시간을 이용해 6시간 정도 일하고 집에 돌아가면 그야말로 녹초가 되지만, 일을 그만둘 수 없다. 뚜렷한 직업 없이 건설 현장이나 택배 회사 일용직을 하는 남편의 한 달 수입이 100만원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점심 손님들이 빠져나간 후 조심스레 말을 건네니 "정말 힘들고 이곳저곳 안 아픈 곳이 없다"는 푸념이 돌아온다. 그에게 중산층이란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나에겐 꿈 같은 말"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이런 김씨가 공식 통계상으론 중산층으로 잡힌다. 중위소득의 50~150%를 중산층으로 잡는 정부 통계 때문이다. 2011년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은 가구원 수에 관계없이 세전 월 350만원. 그 50~150%는 175만~525만원이다. 김씨의 경우 부부가 월 180만원 정도를 벌어 그 범위 안에 들어가니 통계상으로 중산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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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중산층을 64%에서 70%로 늘린다는 것을 핵심 국정지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때의 중산층도 위 기준을 따른다. 하지만 위 사례의 김씨 가족 정도 소득을 올리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국민이 중산층이 확대된다고 체감할지는 의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4인 가구 기준 월 소득 494만원을 넘어야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봤다. 이런 기준에 따라 당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나는 저소득층"이라고 답했다.

◇차상위층도 중산층?

중산층 통계의 문제는 최저생계비와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2011년의 중산층 하한선인 175만원은 정부가 정한 4인 가구의 2011년 최저생계비 144만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20%에 못 미치는 가구를 '차상위층(최하위 계층인 기초생활보장 대상의 바로 위 계층이란 뜻)'으로 분류해 각종 지원을 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4인 가구는 월 172만원, 5인 가구는 월 204만원 미만이 차상위층에 해당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월 172만~204만원을 버는 5인 가구는 차상위층이면서 동시에 중산층이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중산층 통계가 OECD 기준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무척 큰 통계임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를 기준으로 정책 목표를 정하면 왜곡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정성태 연구위원은 "통계는 참고만 하는 데 그쳐야지, 그 자체를 정부 정책의 목표로 삼으면 숫자 자체에 집착하면서 본질을 놓치는 오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책별로 중산층 기준 중구난방

또 다른 문제점은 중산층의 기준이 정부 정책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가령 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의 재형저축 가입 자격은 연봉 5000만원 이하이고, 중산층 이하 가구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반값 등록금 수혜 대상은 소득 상위 30% 이하다. 또 중산층의 주택 마련을 돕는 생애 첫 주택대출 대상은 부부 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