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서 분사된 LCD사업부(현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은 이달 초 연봉의 평균 35%에 해당하는 거액의 특별성과급을 받았다. 정확히 1년 전 삼성전자는 LCD사업부를 거의 방출하다시피 분사시켰지만, LCD 업황이 그 직후부터 급속도로 개선된 데다 직원들의 노력이 가미되면서, 작년 한 해만 1조원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반면 삼성전자가 다른 계열사에서 무리해서 가져온 LED(발광다이오드)와 디지털카메라 사업은 작년에도 여전히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몇년 사이 '비전이 없다'며 내보낸 사업은 오히려 잘되고, '비전이 있다'며 계열사에서 반강제로 가져온 사업에서는 적자나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는 독특한 경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너무 근시안적 지표 경영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금의 고성장도 잘못된 예측으로 어느 순간부터 가라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보내기로 결정한 직후부터 이익 급증

작년 2월 삼성전자는 직원이 1만7000명이나 되는 LCD사업부 분사를 전격 단행했다. LCD사업부가 2011년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내보내기로 결정했던 것. 여기엔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는 점점 기울고 새로운 소재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빠르게 옮겨갈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급작스럽게 회사를 나가게 된 LCD사업부 직원들은 당연히 반발했지만, 회사 측은 "대안은 없다"며 선택을 요구했다. 관련 고위 경영진은 "3년간 반도체 사업부 수준의 성과급을 약속하겠다"며 직원들을 달랬다.

하지만 삼성전자 LCD 사업부는 분사 결정 직후부터 이익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분사 결정이 나던 작년 1분기 107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직전 4분기(-5071억원) 대비 크게 줄었고, 분사 회사가 출범된 2분기엔 무려 3080억원이나 이익을 거두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 소속이 된 이 LCD사업부의 작년 4분기 이익 규모는 4070억원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의 예상과는 달리 OLED TV 시대가 오지도 않았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까지 OLED TV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올 초 경쟁사인 LG전자가 OLED TV를 도심 주요 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문제로 아직 시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계열사서 가져온 '잘 나가던 사업'은 하향 곡선

반대로 다른 계열사가 잘하고 있던 사업을 가져온 것들은 그 순간부터 거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였던 현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 생산 라인에서 직원이 LCD 기판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5대 신수종 사업'으로 내건 LED 사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본래 삼성전기가 주축이 됐던 LED 사업을 함께 출자하는 형태로 삼성LED를 설립하더니 2011년 말 이 삼성 LED 지분을 전량 다시 인수하는 형태로 삼성전자 안으로 흡수 통합시켰다. 삼성전자의 당시 인수가격(2830억원)은 삼성 LED의 직전 분기 연결 자산 총액(8000억원)에 턱없이 못 미쳐 시장에선 헐값 인수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는 당시까지 이어지던 LED 사업 인기에 주목해 이 사업을 가져왔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LED 사업은 작년에도 약 1조원의 매출에 겨우 적자를 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업 구조 역시 IT 제품용 LED에 의존하는 기존 수익 구조에서 별로 달라지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2010년 비슷한 방식으로 가져왔던 디지털 카메라 사업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시 디지털카메라는 시장에서 삼성테크윈 주가를 들썩거리게 만들 정도로 유망한 사업이었고, 실제 상당한 성과도 냈으나, 삼성전자로 옮겨진 이후 고전하고 있다. 사업이 삼성테크윈→삼성디지털이미징→삼성전자의 과정을 거치며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사이, 국내 디카 시장이 삼성이 본래 경쟁력을 발휘했던 콤팩트(소형휴대용) 카메라 시장에서 고가 카메라 시장으로 옮겨가는 데 대한 초기 대응에 늦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캐논, 니콘, 소니에 이어 4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양대 홍성태 교수(경영학과)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곤 있지만 너무 당장의 성과나 인기 위주로 사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발상"이라며 "장기 업황 예측 실패나 근시안적 지표 경영은 일본 소니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