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부터 첫 보고를 받은 지난 25일 지하(地下)경제 양성화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하경제란 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아 세금을 안 내고 있는 불법 경제를 말하며, 밀수·마약·매춘·뇌물 수수 등 범죄와 관련이 많다.

박 당선인은 "우리가 외국에 비해 지하경제가 차지하는 퍼센티지(비중)가 굉장히 높다"며 "지하경제 양성화해서 (세수 확대) 얼마를 할 거냐고 (국민이 궁금해)하는데 인수위에서는 지금 어떻게 파악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류성걸 경제1분과 간사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서 지하경제 양성화 그리고 국세청에서 세부 계획을 지금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에 집중된 광범위한 현금 거래 자료를 활용해서 탈세 자금을 추적,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말이다. 이는 135조원에 달하는 박근혜표 복지 재원을 충당하는 방법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 빈츠대학의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가 추정한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GDP(국내총생산)의 24.7%에 달해 슈나이더 교수가 분석한 33개국 가운데 다섯째로 높고, 그리스(25.1%)와 비슷하다.

국세청 "연 6조원 세금 추징 가능"

금융정보분석원은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들로부터 2000만원 이상 현금 거래 내역을 자동적으로 보고받아 방대한 현금 거래 자료를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1000만원 이상의 계좌 이체, 현금 거래 가운데 이상한 자금 흐름이라고 의심되는 거래 내역도 별도로 보고받고 있다.

인수위 청년특위 '활짝'…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년특별위원회가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현직 전국 총학생회장, NGO 대표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상민(오른쪽) 특위위원장과 박칼린 특위위원이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그런데 국세청이 금융정보분석원에서 통보받는 자료는 극히 일부다. 금융정보분석원이 자체적으로 분석을 한 뒤 '탈세 혐의가 있다'는 판정을 내린 자료들만 통보하기 때문이다. 2011년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된 1000만원 이상 혐의 거래 32만9463건 가운데 국세청이 통보받은 건수가 2.3%에 불과했다. 국세청은 금융정보분석원 데이터베이스를 통째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매년 6조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 등은 금융정보분석원이 국세청에 고액 현금 거래 자료 등을 모두 넘겨주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이다.

박 당선인의 지하경제 척결 의지가 워낙 강해 국세청은 2001년 금융정보분석원이 설립된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금융정보분석원의 방대한 현금 거래 자료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란 숙원을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 "국세청 권한 지나쳐"

하지만 금융정보분석원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국세청이 전 국민의 현금 거래 내역을 파악하게 되면 지나치게 권한이 커지고 비대해지며 금융실명제법의 근간인 개인의 금융 정보 보호를 훼손할 수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정보분석원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국세청의 접근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금융정보분석원에 파견된 국세청 직원 수를 8명에서 50명 선으로 늘리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