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새내기들의 면면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금융업계 입사생 대부분이 상경계열 출신들로 꾸려지곤 했는데요, 요즘은 자신만의 전공이 뚜렷한 지원자를 금융업계에서도 좋아한다고 합니다.

A 증권사 디스플레이 섹터 애널리스트는 국내 유명 대기업 연구원 출신입니다. 해당 애널리스트는 직접 해당 산업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기업을 분석할 때 이해가 훨씬 빠르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A 증권사에 근무하는 경영학과 출신의 한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자들 앞에서 기업 실적 전망으로만 주가를 제시하는 우리와 달리 직접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니 현업 종사자 출신들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며 "부러울 때가 잦다"고 말합니다.

B 증권사에서 IT부품 업종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는 공대 출신입니다. 주로 기계를 다루던 공대생들이 과연 제무재표를 이해하고 기업에 대해 분석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이들이 경영·경제학도들보다 IT 부품 업종 기업들을 분석하는데 훨씬 유리합니다.

이 애널리스트는 "경영학과 출신들은 알지 못하는 전문지식을 갖고 있어 편하다"고 말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의 핵심 업무가 주가 예상 적중률이라고 한다면, 숫자 계산을 잘하는 사람보다는 업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이 예측을 잘하는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에도 이른바 기술직 출신들이 많습니다. 벤처캐피탈은 장래성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에 투자하고서는 이들의 기업가치를 키워 수익을 창출합니다. IT 관련 벤처기업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해당 회사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는 현장 출신을 따라갈 수가 없다는 게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입니다.

한 벤처캐피탈 회사의 고위임원은 "벤처캐피탈은 아직 유명세를 타지 않은 진주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관련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경험과 노하우, 인맥 등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현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전합니다.

한편, 공대 출신 애널리스트에게도 애로사항은 있다고 합니다. 이공계 출신으로서 국내 증권사에 근무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분석은 수월한데 이를 글로 옮기는 게 힘들다"며 "기업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는 게 너무 버겁다"고 토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