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제를 둘러싼 권력 전쟁' 특별포럼에서 수잔 크로포드 교수(왼쪽 두번째)와 전길남 교수(왼쪽 세번째)가 토론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 소통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위기에 처해 있다”(수잔 크로포드 하버드대 로스쿨 방문교수)

“인터넷의 ‘허니문’은 끝났다. 앞으로 고난의 시기가 올거다”(전길남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부총장)

CC코리아·한국정보법학회·하자센터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7가 하자센터 창의허브에서 개최한 ‘인터넷 통제를 둘러싼 권력 전쟁’이라는 주제의 특별포럼에서 국내·외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중요성과 정부의 인터넷 통제 등에 심도 있는 토론을 펼쳤다.

이번 포럼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통신콘퍼런스(WCIT 2012)’에서 한국이 국제전기통신규칙(ITRs) 개정안에 서명한 것과 내년에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를 앞두고 마련됐다. ITRs 개정안에는 정부의 인터넷 규제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다.

수잔 크로포드 하버드대 로스쿨 초빙교수가 미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수잔 크로포드 하버드대 로스쿨 방문교수(전 오바마정부 기술특보)는 “WCIT를 통해 정부가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권력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인터넷이 지금까지 발전해온 것은 민주적이며 표현의 자유를 보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크로포드 교수는 WCIT에서 약 40%의 참여국이 ITRs 개정안에 서명을 안했다면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정보통신에 관련된 규제만 이뤄져야하며 인터넷 관련 규제는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게이오기주쿠대 부총장은 “인터넷이 개발된 지 40년 정도 됐는데, 본격적으로 글로벌 인터넷이 어떤 모습을 가질 지 토론이 시작되는 거 같다”면서 “ITRs 개정안에 서명한 국가들은 대부분 비민주주의 국가인데, 한국이 서명을 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특이하다”고 했다. 전 부총장은 인터넷은 IT가 아니고, 소셜 인프라스트럭쳐라면서 기술적인 관점이 아닌 생태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재천 한국인터넷거버넌스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한국이 ITRs 개정안에 서명한 것에 대해 “30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는데, 인터넷 통제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주가 아니었다”면서 “국내법과 갈등이 없다고 해서 서명을 했는데 이는 인터넷의 글로벌한 속성과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ITU 전권회의 개최를 통해 한국이 인터넷 세계에서 위상이 높아질 것이며, 역할도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잔 크로포드 교수는 “2014년 ITU 전권회의에서는 제약 없는 자유로운 토론이 예상된다”며 “인터넷에 큰 변화를 불러올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박재천 운영위원장은 “WCIT 2012를 통해 한국에서 인터넷 통제를 알게 됐다”며 “앞으로 ITU 전권회의 등 국제적인 행사들이 한국에서 열리게 될텐데 전문가들이 많이 참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