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침팬지, 고릴라 등 인간과 유사하게 생긴 동물들은 다른 동물에 비해 비교적 손을 잘 사용하기는 하지만, 사람에 비하면 턱없이 둔한 손놀림을 보인다. 왜 유독 인간의 손만 정교하게 진화한 걸까? 비밀은 바로 '싸움'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유타대 데이비드 캐리어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손은 주먹을 쥐고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진화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간 학계에선 인간의 손이 도구 제작 및 사용에 적합한 형태로 진화하다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이론에 동의하면서도 "싸움 역시 손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연구팀은 침팬지 등 동물의 화석과 인간의 화석 중 손 부분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캐리어 교수는 "침팬지와 비교해 인간의 손바닥은 작고 손가락은 짧다. 하지만 엄지손가락만은 유난히 유연하고 강하다"며 "엄지손가락 덕분에 인간은 주먹을 강하게 쥐고 상대방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캐리어 교수는 또 "포유류 중에서 인간을 포함한 유인원이 가장 포악하고 공격적"이라며 주먹 쥐는 법을 배운 초기 인간이 다른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우위를 점했고, 주먹을 잘 쥘 수 있는 모습으로 계속 진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연구 결과는 '익스페리멘털 바이올로지(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