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보통신(ICT) 분야 전담부처 신설은 기정사실화됐다.

박 당선인은 후보시절부터 “스마트 생태계에 대응하고 ICT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기 위해 전담부처를 만들겠다”며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보통신 업계 역시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사라진 정보통신부와 같은 정보통신기술 전담부서가 부활해야 한다는데는 적극 찬성하고 있다. 30만개 일자리 신설이라는 공약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도 높다. 후보 당시 박 당선인이 밝혔듯 생활 물가를 줄이기 위해 통신요금 인하 등 현실성 있는 대책이 서둘러 내놓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이제부터 문제는 신설된 새 부처의 성격과 권한 범위다.

◆ 업계 갈등 이해관계 극복 우선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정통부 폐지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전담부처를 폐지하고 각 부처에 ICT정책을 나눠주면서 빠르게 변하는 세계 시장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고 부처간 사업자간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로 나뉜 정책의 혼선을 막고 바뀐 시장상황에 민첩한 정책을 펴기 위해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미디어'를 아우르는 총괄 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ICT 분야에서 30만개 일자리 창출을 골자로 하는 ‘스마트 뉴딜’ 과 스마트 디바이스 복지 증진을 일관되게 추진할 실무 전담 부처 설립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일각에선 ‘정보통신미디어부(가칭)’라는 이름이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드웨어 범주에서 묶여 있는 ICT 산업 구조를 스마트 생태계에 맞는 소프트웨어 비중을 높이고 여기에 콘텐츠 전담 부서를 붙이겠다는 것. 각 부처로 나뉘었던 정보통신산업정책과 전자정부 보호기능, 정보통신 규제 인증 기능에 콘텐츠 진흥까지 합쳐지는 거대 부처가 설립하자는 주장이다. 또 여기에 방송통신심의기구를 비롯해 콘텐츠 분야의 자율심의 기구를 덧붙여 규제까지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작 업계는 ICT 전담부처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방송산업의 위상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하드웨어 중심의 ICT 위주로 부처가 편성될 경우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방송산업의 위상이 자칫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일각에선 산업 정책 추진 중심의 전담부처를 신설하고 별도로 현행 방송통신위원회를 유지해 방송산업의 진흥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ICT업계 관계자는 “산업 발전을 위한 전담부처 신설은 동의하고 있지만 각론에서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정보통신, 콘텐츠, 미디어 등 성격이 서로 달라 업계내 합의가 나오는데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잃어버린 5년간 자가발전을 해온 기업들은 대부분 전담부처 설립에 찬성하고는 있지만 거대 공룡 부처 설립이 마냥 달갑지는 않은 입장이다.

ICT정책이 부처로 나눠져 있고 합의제 중심의 방통위 시절보다 빠른 판단이 가능하겠지만 거대부처가 빠르게 바뀌는 시장상황에 맞게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빠르게 바뀌는 스마트 지형에서 공룡부처가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ICT관련 기관의 고위인사는 “부서 간 불통이 가장 큰 문제”라며 “부처가 클수록 불통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 소비자 선택권 표현의 자유 확대 도움될까

일각에선 새 ICT거버넌스에 대한 논의에서 소비자만 쏙 빠져있다고 꼬집는다.

지난 정부 시절 정통부와 방통위는 국내 IT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사업자 중심, 성장 중심의 정책을 펴왔다. 일반 소비자 입장보다는 통신사업자와 기업 중심의 정책에 일관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새 ICT 거버넌스는 일자리 창출과 벤처 활성화 문제 외에도 통신요금 인하와 단말기 요금 현실화, 망중립성 문제 등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킬 현실화한 대안을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10년 넘게 ICT산업을 위해 지갑을 열었던 소비자 보호에 이제는 나서야 한다는게 소비자 단체들의 바람이다.

특히 전국 77개 방송권역의 3분의 1이 넘는 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한 규제가 풀리며 CJ, 태광 등 대형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케이블TV시장에서 사업자의 횡포를 막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증진시킬 수 있는 전담 조직과 제도를 전면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통신사와 서비스회사, 전자회사가 맞서고 있는 망중립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장 변화에 맞는 현실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한편 소비자를 볼모로 하지 못하도록 부처내 전담조직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밖에도 인터넷에서 새 ICT거버먼스 아래서의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보장될지도 관심사다. 국제인권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지난 9월 인터넷상 자유보고서에 한국의 인터넷 자유가 조사대상 47개국에서 16위로, 전년보다 내려갔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한국은 인터넷 접근성은 최고 수준이지만 수년간 게시물 삭제와 웹사이트 차단 등 사이버 통제와 정부 비판 게시물에 대한 검열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박근혜 당선인측은 자신의 정책 공약집에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겠다며 정보 게재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업자 중심의 자율정화 지원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누리당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각종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들로부터 각종 의혹 제기과 비판을 받아온 박 당선인측이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에 대해 현정부보다 얼마나 진일보한 정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박 당선인은 대선 공약에서 반사회적 반국가적 범죄에 대해 통신심의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반사회적 반국가적 범죄에 대한 해석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석을 두고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밖에 사회문화적 규제를 담당하는 위원회와 내용심의를 담당하는 콘텐츠위원회를 새로 신설하는 등 자칫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새로운 제도 도입도 앞두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현재 인수위부터 ICT 정책 보좌를 할 인물로는 윤창번 국민행복추진위 방송통신추진단장과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IT기업인 출신 강은희·전하진 의원과 KT상무 출신인 권은희 의원, 벤처협회장 출신인 장흥순 벤처 특보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최문기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과 손연기 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 최문기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등도 외부에서 거론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ICT정책을 추진할 인물이 대부분 기업인 출신과 정통부 관료, 기관장 출신들로 포진해있다는 점에서 새 ICT거버넌스가 지나치게 산업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