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생태계의 단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애초에 닫힌 생태계를 고집하는 애플뿐 아니라 열린 생태계를 표방하던 구글도 점차 애플을 닮아가는 모습이다. 모바일 생태계의 단절이 심해질수록 애플이나 구글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공식 블로그에 올린 공지에서 내년 1월 30일부터는 개인용 동기화 서비스인 '구글 싱크' 서비스를 중지한다고 밝혔다. 구글 싱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익스체인지 액티브싱크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로 개인용 메일이나 일정, 연락처를 자동으로 모바일 기기에 연동해준다.

업계에서는 구글 싱크 서비스 중단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를 사용하던 사람들은 구글 싱크를 통해 메일과 연락처, 캘린더를 동기화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폰 이용자가 아웃룩 메일이 아닌 지메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내년 1월 30일 이후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구글 싱크를 쓸 수가 없게 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의 조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블로그에 올린 입장 글에서 윈도폰에서 지메일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구글 싱크를 대신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며 차라리 아웃룩 계정으로 이전하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을 대놓고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아웃룩 서비스를 "사용자를 먼저 생각하는 서비스"라고 표현하며 에둘러서 구글의 조치를 비판했다.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로 대표되는 모바일 운영체제 사이의 서비스 단절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애플과 구글은 지도서비스를 놓고 한바탕 갈등을 벌였다. 애플은 새로 선보인 운영체제 iOS6에서 구글맵을 빼고 자체 제작 지도서비스를 탑재했다. 하지만 애플 지도 서비스의 완성도 부족으로 많은 아이폰 이용자들이 혼란을 겪었고, 애플은 결국 iOS용 구글맵을 허용했다. iOS용 구글맵은 출시 이틀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IT업계에서는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기업들의 폐쇄적인 플랫폼 정책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운영 체제의 점유율을 늘리는 데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자신들이 만든 모바일 생태계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구글이 개방형 생태계로 애플을 제치고 모바일 플랫폼 점유율 1위를 차지했지만, 실적에서는 오히려 폐쇄형 플랫폼을 택한 애플이 앞서고 있다"며 "구글도 점진적으로 생태계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강화하는 폐쇄형 모델로 나아갈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애플과 구글 같은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업체들의 폐쇄형 전략은 국내 IT 벤처 기업들에게는 악재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플랫폼이 필수이기 때문에 계약조건이 불리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 올해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플랫폼 약관을 수시로 바꿔 국내 IT 벤처 기업들을 긴장하게 했다. 애플은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게 하거나 판촉하는 앱을 금지한다고 밝혀, 애드라떼, 앱팡 같은 모바일 마케팅 앱 개발사들을 긴장시켰다. 구글도 애플과 같은 자사결제수단(IAP) 정책을 도입했다.

IT업계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내 모바일 플랫폼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국내 최대 IT 기업인 삼성전자조차도 자체 모바일 플랫폼 개발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국내 앱 개발사 대표는 "삼성전자가 아무리 좋은 스마트폰을 만들어도 플랫폼 주도권을 뺏긴 상황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고, 전체 IT 산업의 발전에도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 한다"며 "장기적으로라도 플랫폼 경쟁력 발전을 위해 정부와 IT 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