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도 미비로 도시형 생활주택이 수요와 무관하게 마구잡이식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1~2인 가구 대상으로 임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주목받는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다.

평택대 윤혜정 교수는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도시형 생활주택의 운영실태 분석을 통한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렸지만, 지역에 따라 1~2인 가구 분포와 형태가 다양하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밝혔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2009년 1~2인 가구가 살 수 있는 주거공간을 만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도심 내 자투리땅을 이용해 기반시설이 갖춰진 곳에 들어선다. 정부는 최근까지 국민주택기금 금리를 2%로 낮추고, 허가기준을 잇따라 완화했다.

그 결과 2009년 4월부터 지난 9월까지 전국에서 19만2490가구가 공급됐다. 지난해에는 전체 주택공급량 중 약 15%를 차지했다. 서울(5만4904가구)·경기도(4만8124가구)·부산(2만9438가구)·인천(1만1407가구)·제주(9713가구) 순이다.

하지만 공급량과 주 수요층인 1인 가구 비중은 전혀 딴판이다. 제주도의 경우 1인 가구가 4만4996가구로, 공급량으로 따지면 전국 5위다. 1인 가구가 9만2969가구인 수원(4226가구)보다 2배 이상 많다.

제주도 서귀포에만 1739가구가 공급됐다. 인구 50만이 넘는 경기도 안양이나 고양보다 큰 규모다. 윤 교수는 "제주도는 65세 이상 1인 가구가 34%가량으로 전국 평균을 웃돈다"며 "도시 한복판에서 월 임대료 40만~50만원씩을 내야 하는 도시형 생활주택에 노령층이 적합한 수요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1인 가구 수와 무관하게 공급이 이뤄졌다. 1인 가구가 3만1000~3만4000명가량인 영등포·강동구에는 3000가구 이상 공급됐다. 비슷한 규모인 노원구에는 공급량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고서는 정부가 도시 지역 어느 곳에서나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수 있게 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공급을 늘리려고 규제만 완화해 줬을 뿐 1~2인 가구 규모나 기반 시설 여건 등에 따라 지역별로 수급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태조사 결과, 수요와 공급 추이를 제대로 분석하는 지자체가 별로 없었다. 인·허가를 조절하려고 해도 근거 규정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분별한 공급이 소형 주택 시장 전체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피스텔이나 다세대·다가구 등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주택이 잇따라 들어서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표적 수익형 부동산 상품인 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은 올해 전국 평균 5.95%, 서울 5.5%, 경기 5.99%를 기록했다. 최근 4년 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오피스텔과 더불어 도시형 생활주택이 대거 공급된 것이 주요인으로 거론된다.

주거복지연대 장성수 박사는 미국·유럽·일본 대도시에서는 1~2인 가구를 위한 소형주택을 공급할 때 지방자체단체가 공급이나 관리를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도 지자체가 따로 조례 등을 마련해 지역 여건에 맞게 공급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을 넓혀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형 생활주택

도시에서 1~2인 가구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신속하고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정부가 2009년 도입한 주택 형태. 전용면적 85㎡(25.7평) 이하로 된 300가구 미만 규모 단지가 해당된다. 주택 형태에 따라 단지형 다세대와 원룸·기숙사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