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뒤 국민연금의 '격렬한' 반응을 바라보는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해외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한국시장 철수를 좀 더 무게 있게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게 됐고,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해외 운용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해외채권 투자일임 등의 몫을 나눠 가지게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30일 국민연금공단은 골드만삭스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한 뒤 위탁운용했던 자금을 모두 환수했다고 밝혔다. 주식이나 채권을 운용할 위탁사를 선정할 때 국내에 운용 인력과 사무소를 반드시 두도록 지침을 정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일부에선 또 다른 후폭풍도 우려한다. 국민연금이 출자한 사모펀드(PEF)가 딜에 나설 때도 골드만삭스 등이 주관사로 선정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있다는 것. 한 PEF 관계자는 "사모펀드에서 펀드를 만들 때 국민연금이 투자했나 안 했나에 따라 펀드레이징의 성패가 많이 갈리기도 해서 국민연금의 눈치를 자주 보게 된다"면서 "여러 주관사 후보들이 있는데 굳이 국민연금이 꺼리는 상대와 손잡을 이유는 없어, 그런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마이클 에반스 부회장까지 급파하며 이해를 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38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세계 4위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눈 밖에 나서서는 좋을 것이 없다는 계산이 깔렸다. 실제로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은 국내 자산운용에서는 손해를 봤을지라도 국내 금융시장에서 채권 발행이나 기업 인수·합병(M&A)을 자문, 중개 등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본 일부 외국계 자산운용사 직원들은 한숨만 쉬고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시장 철수지시를 받은 적은 없지만, 상황상 한국법인을 정리하는 것이 이상한 결정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국민연금이 이렇게 나오고 분위기가 이렇게 조성되면 앞으로 골드만삭스처럼 과감히 결정 내리는 곳이 드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10곳 중 4곳이 올 상반기 적자를 냈다. 도이치자산운용이 가장 많은 38억8000만원 적자를 냈고, 프랭클린템플턴은 22억4000만원가량 손실을 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18억3000만원 적자였다.

차라리 정리를 하고 두둑이 위로금을 받으면 좋겠다는 직원도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외국계라고 해봐야 규모가 작아 '빛 좋은 개살구'라며, 운용업계가 어려워 이직도 어려운데, 차라리 골드만삭스 직원들처럼 거액의 위로금을 받고 조금 쉬다가 성과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본인 스스로 커리어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일을 기회 삼아 해외 자산운용사로 쏠려 있는 해외채권 투자 등의 해외 투자부문의 일임액 일부가 국내 운용사에게로 돌아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 국민연금공단 발전을 위한 기여도를 평가한다'는 명문이 좀 더 힘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현재로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부문 위탁은 외국계 운용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난해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이나 채권운용을 외국계 운용사에 맡기면서 수수료만 1000억원 정도 줬다는 국감자료도 있었다"면서 "국내 운용사 중에서도 해외투자 인프라를 갖춘 곳이라면 이번 일을 계기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