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 발사가 또 다시 연기됐다. 온종일 긴장감 속에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던 나로우주센터 한쪽에선 발사 연기가 결정되자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미 10차례나 발사 연기를 겪었던터라 연구원들의 낙담은 컸다.

나로호는 이날 오전 7시 50분에 발사 운용 단계에 돌입했다. 전날 발사리허설을 마친 나로호는 헬륨가스 주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발사 준비에 돌입했다. 지난달 3차 발사 시도에서 헬륨가스 주입부에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어느 때보다 이 부분에 신중을 기했다. 항우연 관계자는 “지난번에 문제가 됐던 어댑터 블록을 교체하고 여러 차례 실험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교과부와 항우연은 오전 11시 나로호 3차 발사 관리위원회를 열어 최종리허설의 기술적 검토 결과를 분석했다. 이 회의에서는 발사 가능시간대의 기상상황과 우주환경상황, 우주물체와의 충돌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조율래 교과부 2차관은 “날씨상황, 기상상황, 우주환경상황 등을 감안한 결과 오후 4시에 나로호를 발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발사 시간이 정해진 뒤로는 발사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오후 2시 4분에 1단 로켓 산화제 냉각작업이 완료됐고, 바로 1단 산화제가 충전되기 시작했다. 냉각 작업으로 나로호 표면에 얼음이 얼면서 표면에 새겨진 대한민국 글자와 태극기가 사라졌다. 오후 2시 45분에 1단 로켓에 연료와 산화제 충전이 시작됐고, 상단 로켓에도 자세제어시스템용 질소가스 충전이 시작됐다. 오후 3시 23분에 상단 질소가스 충전이 마무리된 뒤 3시 30분에 기립장치 철수가 완료됐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오후 3시 43분 발사지휘센터(MDC) 내부에 설치된 카운트다운 시간이 16분 52초에서 멈춰서면서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예정대로라면 15분부터 본격적인 발사 카운트다운에 들어가야 했지만, 카운트다운 시간은 요지부동이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신학용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민주통합당), 박홍근 의원(민주통합당), 김승조 항우연 원장, 러시아 1단 로켓 제작사인 흐루니체프사 사장 등 나로호 발사 장면을 보기 위해 나로우주센터 관람석을 방문한 관계자들 사이에서 “어?”하는 탄식이 나왔다.

잠시 후 김승조 원장이 서둘러 자리를 떴고 조율래 교과부 2차관은 긴급 브리핑을 준비했다. 노경원 교과부 전략기술개발관은 “발사 카운트다운 직전에 나로호 상단의 추력방향제어기에 이상 신호가 발견돼 발사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항우연 관계자들은 내빈석을 빠져나갔고, 10분 후 김승조 원장이 다시 들어와 이주호 장관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3분 뒤인 오후 4시 8분, 교과부와 항우연은 나로호 발사 중단을 선언했다.

나로호 발사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프레스센터에서도 안타까움에 탄식이 나왔다. 프레스센터에 있던 교과부 직원들도 다급하게 어딘가로 연락을 취하며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항우연 관계자는 “발사 카운트다운 직전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크다”며 “다시 준비를 잘해서 나로호 3차 발사를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 8월 시작된 10년간의 기다림이 또 한번 물거품이 돼버린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