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 연내 발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29일 나로호 발사 연기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나로호를 지상으로 내리고 뜯어봐야 알겠지만 이번 발사 예비일(12월 5일) 중에 발사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로호 발사예비일은 발사 준비 상황과 기상 조건, 국제 기구 통보일 등을 고려해 설정한다. 교과부는 다음 달 5일까지로 나로호 발사예비일을 잡아 놓은 상태다.

하지만 이날 나로호가 예상하지 못한 상단 부분의 추력방향제어기(TVC) 이상으로 발사가 중단되면서 발사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추력제어기는 로켓 비행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 로켓 엔진의 추력 방향의 변화를 제공하는 장치다. 상단고체로켓의 배기가스가 로켓의 노즐을 떠나면서 방향을 변경시키는 장치로 방향을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광래 항우연 나로호추진단장은 “나로호 상단부에는 열댓 개의 전자박스가 있다. 각각의 전자박스에서 소모하는 전류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발사 직전에 갑자기 TVC와 관련된 펌프를 제어하는 박스에서 과전류가 발생했다”며 “과전류가 있는 상태에서 발사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사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어제부터 이틀 동안 TVC 관련해서 네 차례나 실험을 했는데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며 나로호를 조립동으로 옮기고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발사가 중단되면서 나로호 재발사는 연내에 어려워졌다. 나로호에 이미 들어간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를 모두 빼야 하는데 액체산소는 온도가 영화 183도로 매우 낮기 때문에 나로호를 하루 정도 밖에서 데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로호를 조립동으로 옮겨 오더라도 상단과 1단부를 해체하는 작업에만 4시간 정도가 걸린다. 산술적으로도 12월 1일은 돼야 문제가 생긴 부품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부품을 교체하는 데도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나로호를 다시 발사하려면 이틀 전부터 발사 대기 상태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12월 2일에는 재발사가 결정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날씨도 문제다. 나로호를 발사하려면 기상 상황도 좋아야 하는데 다음 주에는 전남 지역에 비나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다. 좋지 않은 기상 상황 속에서 정부가 굳이 나로호 발사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도 “발사 시기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3차 발사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와의 협의도 중요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상단 부분은 순수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어졌다. 문제를 일으킨 부품은 프랑스산이지만, 만에 하나 러시아가 더는 나로호 발사에 관여하지 않고 떠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교과부와 항우연은 러시아 기술진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장관은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나로호 발사를 연기하게 돼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원인 조사 상황을 지켜보고 향후 일정을 발표하겠다. 더 확실하게 준비해서 나로호 3차 발사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