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중앙지법에 출두한 최태원 SK 회장.

계열사 자금 636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2일 서울중앙지법 심리로 열린 최태원 회장 결심공판에서 "개인적인 동기로 회사 자금을 유용한 최태원 회장이 조직적으로 검찰의 조사를 방해하는 등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재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최 회장이 2008년 선물에 투자하기 위해 SK 계열사 자금 497억원을 빼돌렸고, 2005년부터 5년간 그룹 임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139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에 대해서도 최 회장과 공모해 자금을 횡령하는 등 총 1943억원의 횡령·배임 혐의가 있다며 징역 5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회장 형제는 1998년과 2003년 각자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을 통해 선물옵션 투자에 나섰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최 회장 형제는 2008년 5월까지는 급여나 주식을 판 돈으로 투자금을 조달했지만, 손실이 나면서 회사 돈을 끌어들이고 계열사 자금을 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로 옮겨 투기 목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검찰 구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08년 5월에도 1조5000억원의 SK글로벌 분식회계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후 78일 만에 사면됐다. 검찰은 "최 회장은 동종의 전과가 있고 법원에서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지 않다"며 "반드시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최태원 회장 측 변호인단은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주식 규모만 2조원이고, 언제든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최 회장이 펀드 출자금을 유용하는 불법적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최 회장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현안에 관여했다거나 계열사에 직접 지시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