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메신저로 시작한 '카카오톡'을 이제는 뭐라고 불러야 할까.

어느 순간부터 대화보다 게임 초대메시지가 더 많아졌고, 앞으로는 지인(知人)의 콘텐츠를 사보라는 메시지가 더 많아질지 모른다. 카카오톡으로 6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는 지난 20일 콘텐츠 유통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카카오톡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하는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카카오톡의 진화(進化)는 플랫폼의 가능성과 왜 플랫폼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

메신저에서 플랫폼이 된 카카오톡

온라인에선 네이버·다음이 강력한 검색엔진과 메일 서비스로 인터넷의 첫 관문을 장악하면서,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이들이 모바일 진출에 주춤한 사이 카카오는 메신저 서비스로 순식간에 이용자를 끌어모았고, 모바일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들어 밤새 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는 일이 사람들의 일상(日常)이 됐다. 이는 모바일의 첫 관문이 카카오톡이 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카카오톡이 메신저를 넘어 본격적으로 플랫폼으로 전환을 시도한 것은, 서비스를 출시한 지 9개월 만인 2010년 12월이다. 이용자 500만명을 달성한 시점이었다. 카카오톡은 친구에게 모바일 쿠폰을 선물할 수 있는 '선물하기' 서비스를 탑재하면서 모바일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이후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업들이 광고형 콘텐츠를 전달하는 '플러스친구'와 웹툰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한 '이모티콘' 서비스를 추가했다.

카카오가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올 7월이다. 모바일게임을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자마자, '애니팡'이란 대박이 터진 것. 애니팡은 카카오톡을 통해 소개된 지 39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입점 이후 하루 매출이 400배가량 증가했다. 또 다른 인기게임인 '드래곤플라이트'는 카카오톡에 들어오고 나서 일 매출이 2800배로 늘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애니팡의 성공 사례를 통해 소셜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카카오톡이 디지털 콘텐츠 유통사업인 '카카오페이지' 서비스를 선보이는 원동력이 됐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3대 키워드는 모바일과 소셜, 플랫폼"이라면서 "플랫폼을 기반으로 수많은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는 건강한 모바일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IT기업들도 플랫폼 전쟁

글로벌 IT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 역시 플랫폼 확보에 사활(死活)을 걸고 있다. 한 번 구축해놓으면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앱스토어와 구글의 플레이같은 글로벌 앱마켓에 하루에도 엄청난 수의 앱(응용프로그램)이 새로 등록되면서, 매일 판매 수수료를 쏟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구글과 애플은 플랫폼을 확보하는 방식이 다르다. 구글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의 확산을 위해, 프로그램을 무료로 풀고 삼성전자·HTC·아수스 등 다양한 제조사들과 손잡는다. 반면 애플은 자신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를 아이폰·아이패드 등 자사가 만든 기기에만 탑재시킨다. 올 3분기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72.4%의 점유율로 애플 iOS의 점유율(13.9%)을 5배 이상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바다' 운영체제의 점유율은 3% 수준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뒤늦게 '윈도8'이라는 모바일-PC 겸용 운영체제를 내놓고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 뛰어들었다. MS는 앱마켓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수익배분 비율을 앱 개발자에 유리하게 적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타 마켓과 동일하게 개발자와 앱스토어가 7대 3의 비율로 수익을 나누지만, 2만5000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앱에 대해서는 이 비율을 8대 2로 조정한다.

국내에서도 카카오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들이 모바일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가 장악한 모바일 앱 유통시장에 이동통신사, 포털사 등 다양한 업체들이 주도권 확보를 위해 도전하는 것이 그 예다. SK플래닛(T스토어)·KT(올레마켓)·LG유플러스(U+마켓)와 NHN(네이버 앱스토어)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에서만큼은 후발주자인 NHN도 통상 30%를 가져가는 플랫폼 사업자의 수익배분 비율을 20%로 낮추면서 앱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IT업계를 비롯해 다양한 산업에서 모두 플랫폼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플랫폼이 '미래의 권력'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플랫폼을 쥔 업체는 기업 간 경쟁은 물론 국가와의 분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이 세계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플랫폼 구축전략이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요구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