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은 국내 참치캔용 참치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최대 회사다. 그런데 요즘 참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동원의 참치조업 어장은 태평양과 인도양·대서양 등이지만, 대부분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속해 있다. 특정 국가 어장에서 조업하다 보니 입어료를 내야 하는데 요즘 상승세가 가파르다. 섬나라 각국은 국가별로 조업일을 정하고 일당(日當) 입어료(入漁料)를 받는다. 내년도 입어료는 올해보다 10%나 올랐다.

전 세계 참치 어획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서부태평양 연안 국가 기구인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는 2007년부터 국가별 어획량 쿼터제를 폐지하고 입찰을 통해 입어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미국·일본·대만·한국 4개국이 통조림용 참치 쿼터를 나눠 가졌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사라지며 중국, 유럽(EU)국가도 뛰어들었다. 특히 중국이 가져가는 양은 최근 1년 새 2배로 늘었다. 우리나라 원양어선이 내는 입어료는 지난해 기준으로 8000만 달러(890억원) 규모인데, 올라갈 게 확실하다.

박상진 동원 기획운영팀장은 "중서부태평양 연안 국가들에 대해 미국은 매년 2100만달러(230억원)의 현금을 주고, 일본은 공항을, 중국은 항구시설을 공짜로 지어주면서 참치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참치 확보 경쟁은 전쟁 수준"이라고 했다. 동원산업도 파푸아뉴기니에 참치 가공공장을 짓고 있고, 솔로몬제도에는 원양기지를 포함한 참치 가공공장과 그물수리장을 짓는 등 현지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어업 규제는 더 까다로워 진다. 당연히 참치 값은 매년 뛸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참치 거래 중심지인 태국 방콕에서 거래되는 참치(1.8~3.4㎏)가격은 t당 228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 t당 1200달러에서 4년 만에 2배가 된 것이다.

피시플레이션 시대, 수산업 인식 전환 필요

동양증권 오경택 연구원은 지난해 '피시플레이션이 온다'는 보고서에서 "수산물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수산자원 남획으로 공급은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애그플레이션(agflation·농산물 가격 급등) 다음 차례는 수산물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어업 규제 강화로 태국에서 거래되는 냉동 가다랑어(참치의 종류) 가격이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앞으로 ‘값싼 참치 통조림’이란 말은 사라질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참치 수출국 가운데 하나인 필리핀의 제너럴 산토스 어시장에서 일꾼들이 참치를 나르는 모습.

실제 수산물 가격이 급상승하는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은 이미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5월 발표한 '세계 식량가격 동향분석'에 따르면, 올해 국제 수산물 가격은 작년보다 12.4%나 올랐다. 양식 어업 증가로 올해 전 세계 어획량은 (1억5730만t)은 작년(1억5400만t)보다 2.1%가량 늘었지만,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역시 19.2㎏으로 작년(18.8㎏)보다 2.6%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미래학자인 윌리엄 할랄(Halal)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2015년엔 양식으로 생산되는 수산물이 전체 수산물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며 "어획 중심에서 양식으로 수산업의 성장 동력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1980년 27㎏에서 2008년 54.9㎏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우리 역시 이젠 수산양식(養殖)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엔 첨단 기술을 활용, '황금광어' 같은 기존에 없던 수산물을 만들어 내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수산물 위기, 정부 차원 대책 시급

피시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업, 어민의 자구책 외에도 정부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다.

정부는 외국과의 수산 협력을 통한 합작 어업으로 연안국에서 조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 해외에도 새우·넙치 등의 양식장을 만드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양식에서도 전략 품목을 선정해 양식 수산물 생산량을 2010년 137만t에서 2020년 180만t으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호주는 지난 6월 남획을 방지하고 수산물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산호해(Coral Sea)를 포함, 50만3000㎢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수산자원 보호구역을 지정해 발표했다. 수산업체가 4000여개가 넘을 정도로 국가산업에서 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러시아는 수산자원보호를 담당하는 연방집행기구 권한 확대, 수산자원관리 연구 지원 확대 등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장홍석 박사는 "글로벌 수산물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수산물 가격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정책에 활용하는 '국제 수산물 가격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