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자야랜드가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조성 중인 휴양단지 ‘제주 에어레스트 시티’ 조감도. 호텔과 콘도·쇼핑몰 등이 들어선다.

"제주는 동북아시아 일대에서 제2의 싱가포르와 같은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향후 5~6년가량을 내다보고 장기 투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종합 휴양단지 사업에 최근 1240억원을 투자한 말레이시아 기업 버자야랜드의 다또 프란시스 응수이린(56) 대표는 "제주는 국제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을 갖췄다"며 "최근 중국 투자자들이 제주에 몰리는 걸 보면 제주가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버자야랜드는 100여개 계열사를 둔 말레이시아 대기업 버자야그룹 자회사다. 부동산 개발과 호텔, 리조트 사업 등을 주로 맡고 있다. 버자야랜드는 제주도 서귀포시 예래동 해안가에서 휴양단지 '에어레스트 시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합작 법인 지분 20%를 갖고 있다. 74만4207㎡ 규모의 45층짜리 랜드마크 타워와 고급 호텔·콘도, 쇼핑몰·의료센터·엔터테인먼트·스포츠 시설 등을 짓는다. 이 회사 투자액은 국내 관광 분야 개발 사업 중 외국인이 실제 투자한 규모로는 최대다.

지난 2일 한국을 찾은 다또 대표는 제주에 투자한 이유로 '세제 혜택'을 꼽았다. 외국에 투자하는 리스크를 상쇄할 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현재 5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개발사업에 대해 관세·취득세·등록세·개발부담금 면제, 재산세 10년간 면제, 법인세와 소득세 3년간 면제 후 2년간 50% 감면, 국·공유 재산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그는 "외국 투자 기업은 현지의 법, 관행을 잘 알지 못하는데다 외국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라 인센티브가 꼭 필요하다"며 "정부가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을 꾸준히 지원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새 투자자가 나타나는 선순환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또 대표는 제주의 지리적 여건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일본 도쿄·오사카, 중국 베이징·상해 등 동북아시아의 주요 대도시가 대부분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에 있고, 유네스코가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풍경도 아름다워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잠재 수요도 풍부하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도에 1240억원을 투자한 말레이시아 기업 버자야랜드의 다또 프란시스 응수이린 대표가 제주도 투자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공항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신공항이나 추가 활주로를 증설해 투자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 또 시행사로서 금융권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하려고 하지만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받아야 하는 관행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했다.

다또 대표는 "경기 침체기에도 관광·레저 분야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유망 산업인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각종 개발사업에서 관광객들이 경치를 보는 것 외에도 카지노 같은 게임시설이나 쇼핑몰 등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홍대 앞이나 인사동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제주도 관광객들에게도 제공해야 합니다. 외국인 대상 카지노를 지을 수 있다는 것도 제주에 투자를 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였죠."

버자야랜드는 앞으로 투자 규모를 4000억원가량 더 늘리면서 금융권 및 해외 투자자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설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에어레스트 시티에 들어서는 콘도 등 147가구 분양에도 나선다. 국내 소비자를 포함해 중국이나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에서 투자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다또 대표는 "한국에 1000억원 이상을 선투자한 만큼 장기적으로 바라보면서 제주도에 끝까지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