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에서 나흘간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의 특징은 한마디로 '모바일게임'의 약진(躍進)이었다. 버스·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게임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을 만큼 게임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는 것. PC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국내 게임업체들이 일제히 모바일로 방향키를 돌리는 모습을 지스타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모바일게임' 돋보인 지스타

작년 지스타에 단독 부스를 차린 모바일 게임업체는 컴투스가 유일했다. 올해엔 컴투스와 함께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 '투톱' 중 하나인 게임빌이 처음으로 전시회에 참가했다. '애니팡'으로 유명세를 탄 선데이토즈, 모바일로 전환을 선언한 위메이드 등이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 몰이에 나섰다. 모바일게임의 가능성을 확인한 플랫폼 업체들의 참가도 줄을 이었다. 앱 장터 '티스토어'를 운영하는 SK플래닛을 비롯,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로 성공을 거둔 카카오도 전시장에 자리를 마련했다.

11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이 태블릿PC로 하는 게임을 살펴보고 있다.

전시관 곳곳에서 교복을 입은 여고생,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등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게임 화면을 두드리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컴투스 관계자는 "올해 게임업계 화두는 단연 모바일"이라면서 "모바일 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기존 온라인 게임업체들도 일제히 '모바일'로 전환을 선언하고 있고 있다. 위메이드는 2009년부터 모바일로의 전환을 시작, 현재 500여명의 모바일 전문 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서도 모바일게임 부스를 온라인게임 전시장의 두 배 크기로 차렸다. 엔씨소프트김택진 대표도 기자 간담회에서 "내년은 엔씨소프트가 모바일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료화와 SNS 선점이 과제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은 올해 유독 두드러진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는 6328억원. 작년보다 50%가량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고 성장률이다. 스마트폰 보급이 3000만대를 넘어서는 등 기반이 튼튼하게 갖춰진데다, 카카오톡을 통해 애니팡·드래곤플라이트 같은 게임들이 잇따라 화제가 되면서 수천만 국민이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습관'을 들였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시장을 이끌어 온 온라인게임의 성장세가 매년 하락하고, 비디오·PC게임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모바일게임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은 매년 40% 안팎의 고성장을 이어가 2014년에는 시장규모가 1조3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게임은 PC게임에 비해 수익성이 높기 때문에 게임업체들도 게임을 잘 하지 않는 '논게이머(Non-gamer)'를 공략하면서 저변층 넓히기에 주력하고 있다.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 이정웅 대표는 "개발 단계부터 20~30대 게임을 잘 하지 않는 여성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톡에 입점한 애니팡은 하루 4억원, 드래곤플라이트는 하루 2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 중심이 모바일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굳이 PC방에 가지 않고도 손안에서 게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PC방 업계의 매출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 2012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올해 1조6600억원 수준인 PC방 매출은 2014년이 되면 1조4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꺼번에 모바일로 몰려든 게임업체들의 마케팅 및 모바일 인력 채용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대신증권 강록희 연구원은 "모바일게임의 성장은 스마트폰이 PC의 보완재가 아니라 대체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라면서 "성공적인 아이템 유료화와 모바일게임 유통채널인 SNS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업체들의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스타(G-STAR)

올해 8회째를 맞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게임전시회. 'Game Show & Trading, All-Round'를 뜻함. 2005년부터 정부 주도로 개최되다 올해 처음으로 민간(한국게임산업협회·부산정보산업진흥원)으로 이양됐다. 올해 역대 최대인 31개국 434개사가 참여, 독일 '게임스컴', 미국 'E3', 일본 '도쿄게임쇼'에 이은 세계 4대 게임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