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 지음ㅣ240쪽ㅣ1만3800원ㅣ부키

대다수 사람들은 '노동' 그리고 '노동권'이란 단어에 거리감을 느낀다. 또 노동을 '노가다(막일)'와 동일 선상에 두면서 자신이 노동자로 불리기를 꺼리거나 노동자임을 숨기려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인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 같은 '노동의 수수께끼'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미끄럼틀 사회'를 만드는 피라미드형 노동시장 구조 탓에 9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과 근로 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의 핵심은 노동권 침해와 권리부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세계적인 석학인 제레미 리프킨이 설파하는 '노동의 종말'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한다. 지식사회가 도래했다지만 여전히 노동과 불평등은 전 세계적인 이슈라는 것이다.

저자는 특히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한 예로, 지난 2007년 정부는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기업들이 2년 단위로 비정규직으로 해고하고 새로 뽑거나, 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내 하도급 고용을 늘리는 식으로 인사 정책을 바꾸면서 비정규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또 비정규직의 정의(定義)에 얽매여 있는 정부 통계 문제점도 조목조목 비판한다. 정부는 '한시적 근로자' '시간제 근로자' '비전형 근로자'에 속하는 사람만을 비정규직으로 분류한다. 저자는 "노동자가 주장하는 비정규직 숫자보다 300만명 가량 적은 정부 숫자만 공식 발표된다"며 정부 통계의 맹점을 꼬집는다.

저자는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사람의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한다. 부지런하다는 상사의 추천에도 자동차조차 굴릴 수 없는 30대 고졸 비정규직, 같은 시사 프로그램에서 일하면서 고용형태에 따라 급여와 혜택은 천차만별인 PD 5명을 통해 각계각층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한다.

'사노맹의 여전사'로 불리는 저자의 단어 선택은 다소 과격하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권리를 되찾기 위해 거리로 나서라고 하지는 않는다. 법을 바꾸는 것이 해법이라고 제시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안한다. 주변부 노동자나 허드렛 일자리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할 것,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 대상을 확대할 것,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확대할 것, '승자독식형' 구조인 창구 단일화 제도를 바꿀 것,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실직시 급여를 제공할 것 등이 저자의 제안이다.

'노조 해체'를 위해 노무법인에 돈을 내고 컨설팅까지 받는 사장님 입장에서는 펄쩍 뛸 내용들이다. 또 '노동 유연성'과 '경제성장'이 우리나라의 최우선 목표라고 생각하는 학자들과 공무원들의 생각과도 대척점에 서 있다. 이 같은 제안들이 노동권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일자리 문제에 대한 해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