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30대의 투표 성향이다. 이른바 '397세대(30대, 1990년대 학번, 1970년대생)'는 최근 선거에서 과거 30대보다 훨씬 강한 야권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다. 2002년, 2007년 두 대선에선 20대의 야권 지지 성향이 30대보다 강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과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30대가 20대보다 훨씬 강한 야권 지지 성향을 드러냈다(그래픽 참조). 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대선에선 397세대가 20대를 누르고 가장 야성이 강한 세대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지금 30대는 연령에 따른 보수화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는 세대"라며 "대한민국 역대 30대 중 가장 진보적"이라고 말했다.

보릿고개를 경험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풍족한 성장 과정을 거쳤으며, 386세대와 달리 대학 시절 체계적인 운동권 학습도 받지 않은 이들이 진보 성향으로 기운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답을 경제적 원인에서 찾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동열 연구위원은 "397세대는 20대 때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30대 들어서는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겪었다"며 "본인들의 잘못이 없는데도 집단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지금 30대를 기성세대에 반하는 앵그리(angry·분노) 세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①IMF 겪으며 취업 대란에 내몰려

중소 전자 업체 차장으로 일하는 김민재(39·가명)씨는 지금까지 직장을 여섯 차례 옮겼다. 그는 지난 1997년 대기업에 공채로 합격했지만, IMF 외환 위기가 터지면서 합격이 취소됐다. 이듬해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고 대기업 무역회사에 취업했지만, 2년도 못 돼 회사가 부도나면서 실직을 겪었다. 셋째 직장은 의료 기기를 만드는 벤처기업이었지만, 이 회사도 몇 년 못 버티고 망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397세대는 성인이 되고 나서 한국 경제 고도성장의 혜택을 못 누린 첫 세대로 평가된다. 고난의 시작은 1997년 외환 위기였다. 고도성장기에 매년 40만~50만개씩 늘어나던 일자리가 1998년엔 기업의 대량 도산과 구조조정으로 오히려 127만개 줄었다. 김인준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1970~1980년대와 달리 1990년대 학번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던 대학생들"이라며 "하지만 IMF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노력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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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서른 넘어선 부동산 거품의 희생양

교사 김형성(37·가명)씨는 서울 마포에 시가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 그는 세계 금융 위기 영향으로 집값이 크게 떨어졌던 2009년 중반에 현재 집을 구입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집값이 떨어져 지금은 살 때보다 오히려 6000만원 정도 떨어진 상태다.

397세대엔 이런 사례가 흔한 일이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 결혼하고 내 집을 마련한 2000년대 중반은 집값이 상투였다. 통계청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하우스푸어(대출을 받아 무리하게 집을 산 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138만6000가구 가운데 30대가 44만4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30대는 집이 있는 4가구 중 1가구가 하우스푸어인 셈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0대는 소득이 중장년층처럼 많지 않아 이자를 갚을 여력도 떨어진다"며 "빚의 굴레가 평생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박정현 연구위원은 "아직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한 30대도 부모 도움 없이 자기 소득만 갖고 서울의 아파트를 사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면서 "397세대는 자력으론 중산층 진입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라고 말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큰 좌절을 겪은 397세대는 미래에 대한 전망도 가장 비관적이다. 지난 6월 삼성경제연구소의 '가계복지 욕구 및 우선순위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소득수준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해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30대가 26%로, 40대(21%)나 20대(20%) 등 모든 연령층 중 가장 높았다.

☞397세대

30대이면서 90년대 학번인 70년대생. 810만명가량으로 40대(850만명) 다음으로 인구 비중이 높다. 서태지·HOT로 시작한 아이돌 문화의 첫 소비 세대이고, 경제적으로는 유통시장 최대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