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연구소 수뇌부가 지난 10월 전격 교체되면서 현대차 안팎이 무척 시끄러웠습니다. 정기 임원 인사를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 서둘러 교체를 감행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인사로 현대차 자동차 개발의 양대(兩大) 축인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과 섀시(차체설계) 총괄이 한꺼번에 물러났고, 이달 안에 연구소 고위급 임원 2~3명이 더 그만둘 예정입니다. 섀시 총괄 L 부사장은 현대차 최초의 고급 후륜 세단 '제네시스' 개발을 성공시킨 일류 엔지니어여서 주변의 충격이 더 컸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제네시스 개발 주역까지 퇴진시키면서 연구소 세대교체를 서두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원화 강세, 경기 침체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연구개발 부문의 혁신이 필요했다는 겁니다. 정 회장은 인사 몇 달 전부터 거의 매주 연구소를 방문하면서 연구소 개편 구상을 마쳤다고 합니다. 인사에 앞서 현대차는 연구소 조직을 스마트카·하이브리드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편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의 전략은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소 체제를 기존의 기계 중심에서 전장(전자장치) 중심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정의선 부회장 역시 앞으로 닥쳐올 자동차 업계 격변기에 현대차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합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현대차를 빨리 IT·전장에 대응할 수 있는 회사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고 합니다.

현대차가 제대로 연구개발 조직을 바꾼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번 조직 변화가 어떤 결과를 맺을지 관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