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兩大) 제조업체인 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률이 올해 처음으로 나란히 10%를 넘을 전망이다. 반면 매출액 1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이후 올해까지 2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현대차 양대 기업과 나머지 기업 사이에 이익 양극화(兩極化)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본지가 31일 삼성전자·현대차 등 지난해 매출 1조원 이상인 108개 상장사의 올해 실적 전망치(연결 기준)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7.2%를 기록할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삼성전자·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106개 기업의 이익률은 6.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업이 세계 경기 침체 여파로 수익 구조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나 홀로 실적 개선'이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삼성전자·현대차, 영업익 37조원

증권업계는 올해 삼성전자가 27조9000억원, 현대차가 9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올해 두 회사의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보다 12조9000억원(53.0%) 늘어난 37조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13.2%로 나타났다. 나머지 106개 기업의 이익률보다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률이 동시에 10%를 넘어서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현대차의 영업이익이 급증하지만 나머지 106개 기업의 이익은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106개 기업은 지난해 모두 87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6조원 이상 쪼그라든 80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현대차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108개 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21.8%에서 31.6%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분석은 계열사의 실적을 반영한 연결 실적 기준이다. 이 때문에 두 회사의 이익 비중이 낮아 보이는 측면이 있다. SK·LG·GS 등 지주사는 계열사 실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단독 실적 기준 때보다 매출과 이익이 실제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삼성전자(12조5700억원)와 현대차(4조7800억원)의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호 우리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경기 침체기를 맞아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국제 경쟁력이 그만큼 굳건해지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1군(群)기업인 삼성전자·현대차는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지만 다른 기업은 시장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적이 양극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기계조선은 이익률 반 토막

업종별 영업이익률을 보면, 삼성전자가 속한 IT업종(10.1%)과 현대차가 포함된 자동차업종(10.4%)의 이익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두 업종보다 이익률이 높은 업종은 21.4%를 기록한 금융업이 유일하다.

기계·조선업종은 올해 영업이익률이 5.4%로 2010년(11.8%)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아질 전망이다. 세계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장비 수요가 크게 줄었고 유럽발 재정위기의 여파로 신규 선박 발주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건설업종과 환율 상승에 시달린 에너지업종도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 실적은 미국·유럽·중국 경기의 밀접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종별로 실적 명암이 갈린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IT업종은 최근 미국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면서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중국 영향을 많이 받는 철강·화학 등 산업·소재업종, 재정위기로 휘청대는 유럽 경기에 좌우되는 기계·조선업종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