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게임 셧다운제' 평가 항목을 확정했다. 여성부는 논란이 됐던 일부 평가 항목을 조정했다고 밝혔지만, 기본적인 틀은 변화가 없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성가족부는 31일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셧다운제)' 적용 대상 게임을 범위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확정된 평가 계획은 7개 문항, 4점 척도로 이뤄졌다. 처음 계획안을 발표했을 당시 12개 문항, 5점 척도에서 평가항목을 줄인 것이다.

여성부는 평가 항목을 조정하면서 '우월감·경쟁심 유발', '뿌듯한 느낌', '도전과제의 성공' 등 주관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문항들을 뺏다. 하지만 확정된 평가 항목에도 여전히 문제의 여지가 있는 표현들이 나온다. '다른 게이머들과 역할을 나누어서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게임', '게임이 끝이 안 나거나, 또는 원래 끝이 없는 구조', '다른 사람이나 집단에 대한 경쟁심을 과도하게 유발' 등의 표현은 구체적인 의미를 알기 어렵거나 거의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표현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처음 나왔던 평가 항목의 기본 틀이 유지되고 있다. 주관적인 잣대로 게임의 중독성을 평가한다는 개념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 셧다운제의 실효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셧다운제 도입 이후에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이 줄어들지는 않고 명의도용 같은 부작용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부가 실시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이후인 자정 이후 청소년 게임 이용은 불과 0.3%포인트 줄어드는데 그쳤다.

자정 이후에 부모 등의 명의로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이 많은 것도 문제다. 최근에는 강제적 셧다운제 적용 대상인 중3 프로게이머가 국제대회 중에 자정이 임박하자 경기를 포기하는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다. 이 프로게이머는 부모의 아이디로 재접속해 게임을 마무리했다. 공공연하게 셧다운제를 위반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선택적 셧다운제도 제도도 시행 이후 8000여명만이 신청해 사실상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체 청소년의 0.1% 수준이다.

게임업계는 셧다운제가 시행되면서 해외 게임업체와의 역차별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들은 자정 이후에도 셧다운제의 영향을 받지 않지만, 국내 게임업체들은 셧다운제를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문화부가 고스톱과 포커 게임들에 대해 과도한 규제를 발표한 데 이어 여성부도 무리하게 셧다운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10조원에 이르는 국내 게임시장을 몇몇 공무원들의 몰이해가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