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31·서울 강남구)는 지난달 초 걸린 감기가 한달 째 낫지 않았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가 최근 입냄새가 심하게 나고, 잘 때 코를 심하게 골아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의사는 "감기가 축농증으로 발전했다"며 "축농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서 구취가 나고 코를 심하게 곤 것"이라고 말했다.

방치하면 시력저하 올 수도

축농증은 코 주위의 부비동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이 병 자체가 일상 생활에 불편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곳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이 기관지염이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전문클리닉 이용배 원장은 "축농증이 있으면 기침이 심해지고 가래가 목 뒤로 흘러들어 가서 기도에 염증이 생긴다"며 "축농증을 3주 이상 앓으면 기관지염을 앓거나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코골이도 생긴다. 부비동에 있던 고름이 목 뒤로 넘어가면서 기도를 좁게 하기 때문이다. 부비동에 오랫동안 고여 있던 고름이기 때문에 입냄새도 심해진다. 임플란트를 심을 때도 축농증을 주의해야 한다. 위쪽 어금니 부분은 부비동과 연결돼 있는데, 축농증이 있을 때 임플란트의 뿌리 부분이 이쪽으로 들어가면 잇몸에 염증이 생긴다. 이용배 원장은 "축농증이 있다면 임플란트 시술 전에 완전히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물지만, 눈에도 영향을 끼친다. 부비동에 있던 고름이 눈쪽으로 흘러들어 가면 눈 주변에 염증을 일으킨다.

시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시력저하나 복시(사물이 두개로 보이는 현상)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안구가 돌출될 수도 있다. 축농증 환자의 1% 정도가 이런 안과 질환을 경험한다.

축농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기관지염, 코골이, 시력저하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축농증은 항생제를 2주 정도 복용하면 낫지만, 코 안에 물혹이 생겼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물혹 생겼으면 수술받아야

축농증 약은 객담 제거, 점막 수축 등의 효과를 낸다. 축농증 초기에는 이런 성분이 있는 항생제를 2주 정도 복용하면 대부분 낫는다. 하지만 코 안에 물혹이 생겼으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전문클리닉 정도광 원장은 "축농증 환자의 20~30%는 코 안에 물혹이 생기는데, 이런 사람은 약물 복용만으로 치료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안의 점막이 염증에 자극을 받으면, 부으면서 물혹이 된다. 물혹이 생기면 코가 잘 막혀서 다시 축농증 증상을 악화시킨다. 정도광 원장은 "이런 악순환 때문에 축농증 수술을 할 때 물혹도 함께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은 콧구멍으로 내시경과 수술 도구를 넣어서 염증을 없애고, 고름이 잘 빠져 나오도록 부비동의 입구를 넓혀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전에는 위쪽 잇몸을 절개해서 수술했지만, 요즘은 내시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고, 수술 당일에 퇴원할 수도 있다.

수술 후에는 자가통증조절장치(PCA)나 특수 솜을 이용하기도 한다. PCA는 진통제가 주입되는 시기를 환자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장치이고, 특수 솜은 콧속에 넣으면 지혈을 한 뒤 10일 후에 저절로 녹아 없어진다. 솜을 계속 갈아 끼워야 하는 불편이 줄고, 솜이 없어지면서 수술 부위의 유착을 막아준다.

"세 가지 이상 해당하면 의심"

미국 이비인후과학회에서 발표한 축농증 자가진단 항목은 다음과 같다. ▷특별한 이유 없이 얼굴이 눌리는 느낌이 든다 ▷두통이 자주 생긴다 ▷항상 코가 막힌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간다 ▷누런색 콧물이 나온다 ▷감기에 걸리면 보통 10일 정도 안 낫는다 ▷항상 미열이 있는 느낌이다 ▷입이나 코에서 악취가 난다 ▷윗니가 욱신거린다 등이다. 이 중 세 가지 이상이 있으면 축농증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