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로 전이된 유방암의 성장을 억제하는 방법이 한미 공동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 정의헌 교수(의료시스템학과 및 기전공학부)와 하버드 의대 라케쉬 제인 교수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가 어려운 뇌 전이암에 걸린 생쥐의 생존율을 3~5배로 높이는 방법을 찾았다고 22일 밝혔다.

유방암 환자 중에는 유방암 치료에는 성공하고도 암이 뇌로 전이되는 바람에 숨지는 환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연구 결과 이런 환자들은 HER2라는 유전자가 많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에 HER2이 정상보다 많은 경우는 약 4분의 1이나 된다. 이들은 뇌 전이암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려는 연구가 진행돼왔다. 그러나 뇌 전이암의 경우 워낙 급속히 진행돼 임상시험이 어려웠고,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도 치료제를 만들지 못해왔다.

연구진은 이번에 유방암 세포를 뇌에 이식한 쥐를 만들었다. 이 쥐들에게 유방암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허셉틴과 암세포가 새 혈관을 만드는 것을 억제하는 약을 동시에 투여했다. 미국의 제약사 제넨틱이 만든 허셉틴은 HER2에 항체를 들러붙게 한 뒤 면역세포로 하여금 이를 공격하는 표적 항암제다. 그 결과 쥐들의 생존율은 3배 이상 높아졌다. 연구진은 이 두 가지 항암제 외에 GSK가 최근 개발한 다른 유방암 표적치료제인 라파티닙을 투여해 생존율이 5배로 높아진다는 것도 확인했다.

정의헌 교수는 "기존 항암제로도 뇌 전이암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뇌 전이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이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