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든 일본 모바일 시장에 한국의 대표 IT기업인 NHN카카오가 성큼 뛰어들었다.

규모도 좁고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시장을 떠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일본 모바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두 기업은 한국 시장에서 체득(體得)한 기술력과 성공 전략을 무기로 내세웠다.

카카오톡으로 국내 모바일 시장을 평정한 카카오는 일본의 최대 포털 야후재팬과 손잡고 일본 모바일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카카오는 작년 7월 일본에 세운 카카오재팬의 지분을 매각, 야후재팬과 합작회사로 운영할 방침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력을 확보한 후 현지 마케팅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가입자와 풍부한 콘텐츠를 갖춘 야후재팬과 높은 기술력의 카카오가 시너지를 낼 전망"이라며 "일본에서도 카카오톡은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의 경쟁상대는 다름 아닌 NHN재팬의 '라인'이다. 라인은 현재 일본 내에서 325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1위 메신저다. 작년 6월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유명모델을 기용한 TV광고를 내보내는 등 과감한 프로모션으로 1년여 만에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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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관계자는 "일본 스마트폰 이용자의 44%가 라인 메신저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가 라인에 공식계정을 만들어 정책·재난 정보를 내보낼 정도"라고 말했다. 카카오 측은 "라인 가입자 수는 많지만 아직 실사용률이 떨어지므로 반격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NHN재팬이 구축한 아성(牙城)에 카카오가 도전장을 던지면서, NHN 공동 창업자인 김범수(46)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이해진(45) NHN 이사회 의장이 일본의 모바일 시장을 놓고 다시 격전을 벌이게 됐다. 또 일본의 포털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야후재팬 설립자는 재일교포 출신의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다. 일본 인터넷시장의 흐름을 한국인들이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NHN과 카카오가 일본 모바일 시장 공략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돈이 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1억2700만명. 한국의 3배에 달하는 시장 규모이다. 하지만 이 중 스마트폰 가입자의 비율은 아직 30% 수준에 불과해 성장의 여지가 많다.

두 업체가 노리는 시장은 채팅하고 사진 주고받는 '모바일메신저'만이 아니다. 수천만 명의 이용자층을 확보해 '모바일 시장의 포털'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국내에서 카카오톡이 게임유통과 쇼핑, 스티커 판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르는 포털의 기능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라인은 3000만명 이상의 일본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공식계정(기업홍보), 유료 스탬프, 채널(게임 유통)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시키면서 수익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라인은 일본에서 월 20억~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일본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활약이 클 전망이다. NHN재팬은 이미 '라인버즐' 게임을 출시해 일본 유·무료 앱스토어 시장에서 종합 1위를 거머쥔 바 있다. 연내에 10여종의 게임을 추가로 내놓고 일본의 구매력 높은 게이머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KTB투자증권 최찬석 애널리스트는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은 4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라면서 "1인당 평균 매출액이 4000원 선에 달해 구매력이 한국의 10배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