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도 컨소시엄이 처음으로 수주·운영하는 해외 발전소 프로젝트가 18일 결실을 맺었다. 한국중부발전 컨소시엄은 18일 인도네시아 자바섬 서쪽 찌레본 지역에서 제로 와찍(Wacik) 에너지광물자원부 장관 등 현지 정관계 인사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화력발전소 준공식을 가졌다.

인도네시아 전력공사(PLN)는 지난 2006년 1월 자바섬 서쪽 찌레본 지역에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발주한다는 입찰공고를 냈다. PLN에 발전소 운용 인력을 파견하는 등 공을 들여온 한국중부발전으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유럽·일본의 선진 업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말레이시아 업체들과 싸워 이기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단의 전략이 필요했다. 품질과 가격에서 모두 이기는 것. 중부발전과 시공사 두산중공업은 머리를 맞대 원래 500메가와트(MW)급인 설계를 700MW급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지의 전력 송·배전 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큰 발전소를 지음으로써 중국·말레이시아 업체의 500MW 저가(低價) 장비가 공급하는 전력 가격보다 단가를 낮추기 위한 것이었다.

불과 두 달 만에 설계를 바꿔 중부발전이 적어낸 전력 단가는 ㎾h(킬로와트시)당 0.04363달러(연료가격 제외). 입찰 마감 후 뚜껑을 열자 2위를 한 말레이시아계 YTL컨소시엄은 0.04402달러를 적어냈다. 불과 0.00039달러 차이였다. 유럽·일본 업체는 2004년 선출된 직선제 첫 대통령인 유도요노 정부가 처음으로 발주한 민자 유치 발전소 사업을 믿지 못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병남 찌레본발전소(CPS·Cirebon Power Services) 법인장은 "이 프로젝트는 해외 유력 업체에 '얹히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가 주도해 수주하고, 우리 설비로 건설하고, 우리 기술로 운영하는 진정한 의미의 첫 해외 전력 수출"이라며 "30년간 34억달러의 매출과 4억달러의 순익을 얻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은 6억달러의 건설 매출을, 자원개발업체 삼탄은 안정적인 연료 공급처 확보와 수억달러의 투자 수익을 얻게 된다.

18일 준공식을 가진 인도네시아 찌레본(Cirebon) 석탄화력발전소. 한국중부발전이 30년 동안 운영한다.

전력난 해결의 단초를 얻게 된 인도네시아 정부도 한국 측을 높이 평가했다.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찌레본발전소 준공으로 인도네시아 전력 상황이 한층 좋아졌다"며 "국제 금융 위기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부터 상업발전에 들어간 찌레본발전소는 테스트 기간에 지바 서부 전력계통이 마비될 뻔한 상황을 막아내는 공을 세웠다. 7월 25일 성능 시험 마지막 날 서부 지바 지역의 300MW급 발전소 3곳이 동시에 정지되는 큰 위기를 맞았다. 이때 찌레본 발전소가 660MW 전 용량을 가동하며 버텨줘 대정전(블랙아웃)을 막은 것이다. 김신형 중부발전 신성장동력실장은 "인도네시아 전력 당국이 '시험운영 중인 발전소가 어떻게 그런 실력을 보일 수 있었느냐'며 고마움을 표시해왔다"고 말했다.

찌레본에 적용된 전력 기술은 보일러의 증기압력과 온도를 각각 225㎏/㎠, 섭씨 374도까지 높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초임계압 표준석탄화력기술이다. 국내 보령화력발전소 등 대용량 석탄화력발전소에 채용한 고급 기술이 처음으로 해외에 수출됐다는 것도 의미가 크다. 최평락 중부발전 사장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프로젝트를 한 번 수주한 회사와 연관 사업을 수의계약할 수 있게 했기 때문에 현지 발전 시장 진출에 호기"라며 "위탁 운영사업 등을 합치면 중부발전이 이미 현지 인구 75%가 모여 사는 자바 지역 전력의 9%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은 수마트라섬 왐푸 지역에 45MW급 수력발전소 건설·운영사업도 벌이고 있다. 최충열 왐푸수력 법인장은 "왐푸발전소는 인도네시아 정부 보증을 받아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성공한 첫 수력 사업으로 세계 전력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