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은 법정관리 가면서 자기 재산 다 챙겼는데 우리는 왜 20%가 넘는 고리 사채를 써가며 회사를 운영해야 합니까. 완전 사기당한 겁니다."

1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충무로 극동빌딩 후문 앞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50여개 레미콘 업체 대표 100여명이 "윤석금 나와라, 우리 돈 내놔라"고 외치고 있었다.

파주에서 온 한 업체 대표는 "웅진으로부터 뒷통수를 맞은 것"이라며 분을 삭히지 못했다. 그는 "사실 웅진에서 납품 대금을 주겠다고 몇번이나 확인을 받았는데 결국엔 속았다"며 "우리도 그 돈 받아서 다른 업체에 줘야 하고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는데 돈을 못 받아 사채 급전까지 땡겨 썼다"고 말했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하도급 업체에 대한 채무를 해결하지 않고 동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하도급 업체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레미콘 업체 대표들은 "웅진이 협력업체 등 쳐먹고 실속은 다 챙긴 꼴"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업체 대표들이 극동빌딩 앞에서 하도급 대금 지급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레미콘 업체들 “윤석금은 사기꾼…구속 수사해야”

이날 시위장에는 대구, 세종, 파주, 서산, 내포신도시 등 전국 각지의 극동건설 사업장 레미콘 업체 대표 100여명이 모였다.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일부는 ‘레미콘 업계 다 죽이는 극동건설 각성하라’는 피켓을 들고 극동건설에 대금 결제를 촉구하고 있었다.

레미콘 업체들은 지난 9월 26일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입은 피해 금액이 150억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업체별로는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씩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레미콘 업체의 주장은 이렇다. 윤석금 회장과 같은 재벌은 법정관리로 알짜 재산은 물론 경영권까지 다 챙겼는데, 왜 영세한 레미콘 업체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받기 위해 이렇게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느냐는 것이다.

S레미콘 배모 상무는 윤석금 회장의 구속 수사를 주장했다. 그는 “레미콘뿐 아니라 모든 하도급 업체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법정관리를 중단하고 윤 회장부터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레미콘 업체 대표는 “재벌 그룹은 결국 자기 돈 다 챙기고 우리만 억울하게 이렇게 시위하고 있는 거 아니냐”며 “오늘 LIG회장은 검찰에 조사받던데 결국 윤석금 회장도 그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업체 대표들이 극동빌딩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레미콘 업체 대표들은 이날 오후 3시 30분까지 시위를 한 후 대표단을 구성해 웅진홀딩스 측 관계자를 만날 예정이다. 시위에 참석한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이번 시위로도 진전이 없으면 다음번엔 윤석금 회장 집앞에서 시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웅진·극동 “12월 27일까지는 아무것도 못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측 입장은 확고하다. 하도급 업체들을 챙기고 싶어도 법정관리 중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뜻이다.

극동건설 관계자는 “12월 27일까지 회계법인과 함께 회생계획안이 제대로 된 것인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일부 레미콘 업체 대표들은 ‘대의변제’를 주장했다. 대의변제는 극동건설이 시공만 맡은 현장에서 공사 주인인 시행사가 극동건설을 거치치 않고 바로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대의변제와 같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회생계획안에 포함할지는 검토해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건설업황이 나빠 여기저기서 법정관리로 가는 판인데다 극동건설 문제까지 터져 정말 죽을 맛”이라며 “올 겨울을 넘길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