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中東) 일변도였던 해외건설 시장이 올 들어 중남미·아프리카 등 여러 지역에서 각개전투를 벌이는 형태로 시장 다변화 양상이 확대되고 있다. 중동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 '블루오션' 찾기에 나선 것이다.

수주 실적을 보면 이런 흐름이 확연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시장에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곳곳에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 국내 업체가 따낸 공사는 64억8600만달러. 작년 같은 기간(24억8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중동 수주액은 작년보다 비중이 소폭 줄었다.

해외건설 시장, 중동에서 중남미·아프리카로 다변화

올 6월 현대건설 해외영업본부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중남미 지역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서 처음으로 29억9500만달러(3조3100억원) 규모의 정유공장 건설 공사를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 현대건설 관계자는 "자원 강국 베네수엘라에 처음 진출한 만큼 이를 교두보로 중동 위주에서 벗어나 중남미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쌍용건설은 작년 처음 진출한 아프리카 적도기니에서 지난달 4000만달러 규모의 몽고모 레지던스 공사를 따내는 등 신규 시장에서 재기의 발판을 찾고 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지난달 1400만달러 규모의 송·변전 공사를 수주한 GS건설은 주변국으로 수주 활동을 더 넓혀갈 계획이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주무대를 중남미로 삼고 있다. 지난 6월 칠레에서 17억달러 규모 석탄화력발전소 2개를 잇따라 수주했다. 지난해 초에는 에콰도르 플랜트 시공업체를 인수해 중남미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신삼섭 실장(중남미·아프리카 담당)은 "2~3년 전부터 건설사들이 중남미를 전략지역으로 선정, 현지 지사를 설치하고 시장 조사를 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인 게 최근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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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 깎기식 저가 수주 경쟁도

다른 건설사들의 진출이 뜸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대우건설은 6월 아프리카 알제리에서 5억달러 규모 엘하라시 하천 복원 사업을 수주했다. 지역 다변화와 공종(工種) 다양화에 모두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내 업체가 외국에 하천 기술을 수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에는 한국수자원공사와 공동으로 '태국판 4대강 사업' 수주에 뛰어들었다. 태국 정부는 한국 업체의 4대강 사업 경험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시 조성도 해외 시장의 인기 분야다. 한화건설이 5월 말 77억5000만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공사를 따낸 것이 대표적이다. 국토해양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도 국내 건설사와 함께 7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공사 수주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올해 해외에서 공사 수주액 700억달러를 돌파하는 게 목표다. 국토해양부는 현재 해외 수주액이 409억달러이고, 연말까지 추가 수주가 유력한 공사가 200억달러로 파악하고 있다. 100억달러 이상 수주가 더 필요하지만 여건이 만만치는 않다.

우선 텃밭이던 중동에서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공사 발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유로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이탈리아·스페인 등의 유럽 건설사들도 공격적으로 공사 입찰에 나서는 추세다. 일부 국내 업체들은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과당 덤핑을 일삼아 수익성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 건설사의 해외영업담당 임원은 "건설업계에선 해외에서 가장 큰 적은 한국 업체"라며 "누가 봐도 무리인 저가 수주를 하는 곳도 있어 결국 제살 깎기 경쟁이 벌어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