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지하철 매장.

서울 지하철 5호선 내 편의점 47곳의 운영권을 놓고 편의점 업계가 한판 승부를 펼친다. 편의점 업계가 5호선 운영권에 관심을 갖는 것은 업계 판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17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도시철도공사가 '5호선 편의점 임대사업 공개입찰'을 마감한 결과, CU(옛 훼미리마트)를 포함해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들이 입찰에 참여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17일 투자 대비 수익이 낮다는 이유로 이달 19일 만료되는 5호선 운영권 계약 연장을 포기했지만 입찰에는 참여했다. 기존 계약금 250여억원이 지나치게 높다고 보고 계약금을 낮춰 다시 입찰한다는 전략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이번 입찰에서 떨어지게 되면 업계 2위인 GS25와의 점포수 격차가 94개나 141개로 벌어질 수 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CU는 7640개, GS25는 6880개, 세븐일레븐은 6833개, 미니스톱은 185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계약연장을 포기한 것은 다른 지하철 노선에 비해 수익성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지하철 내 편의점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나 인지도 등을 고려했을 때 47곳에 대한 운영권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업계 중 가장 많은 지하철 점포수(97곳)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번 입찰 결과에 따라 CU나 GS25에 역전될 수 있다.

CU는 9호선 24개와 기타 호선 12개를 포함해 총 36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GS25는 7호선에 41개 매장, 미니스톱은 기타 호선 1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경쟁사들 역시 이번 운영권을 호시탐탐 노릴 수밖에 상황이다.

이미 국내 편의점은 '2만개 시대'를 넘어 포화상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형성된 지하철역사는 출점 전략 차원에서 놓칠 수 없는 입지 조건이다.

또 동일 브랜드간 출점 제한을 통해 영업권을 보호하는 '모범거래 기준' 등이 제정되기 전에 좋은 상권의 점포를 선점한다는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하철 상권은 기본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회사 브랜드를 알리는 데도 유용하다"면서도 "그러나 수익성을 봤을 때 입찰 적정가격이 있는데도 과열 경쟁으로 무리하게 가격이 올라가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