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해 최고 250%에 달하는 무역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로 세계 태양광업계가 갈 길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이 같은 조치로 인한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업체들의 수혜가 예상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 업체들이 미국에 덤핑 수출을 했다며 최저 18.32%에서 최고 249.9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10일 발표했다. 또 중국 정부가 자국 관련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한 사실도 인정된다며 14.78~15.97%의 상계관세율도 적용키로 했다.

조선일보 DB

반덤핑 관세는 수입 제품이 정상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돼 자국 산업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수입국 정부가 부과하는 관세를 말한다. 상계관세는 수출국 정부의 부당한 보조금 지원으로 자국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될 때 수입국 정부가 부과하는 관세다.

이들 관세가 실제로 부과되기 위해서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정이 필요하다. ITC는 다음 달 23일 중국 기업이 미국 태양광업체에 손해를 끼쳤는지를 최종 판단할 예정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해 국내 태양광 업계는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중국 기업은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자국의 셀(태양광 제품을 구성하는 하위부품)을 쓸 수 없어 다른 나라 제품을 사들여야 수출이 가능하다. 유럽과 일본의 태양광 셀은 단가가 높아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대만이 유력한 셀 수급처로 부상할 전망이다.

직접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하는 업체는 국내 셀 전문 생산 업체들이다. 현대중공업·LG전자·신성솔라에너지##·STX솔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 생산능력이 가장 큰 업체는 현대중공업(600MW)이지만 모듈(여러 개의 셀을 결합한 완성품)로 묶어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셀을 직접 팔지는 않는다. LG전자(330MW)도 비슷하다. 이들을 제외하면 신성솔라에너지(350MW)와 STX솔라(180MW)의 생산 규모가 가장 크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제공

국내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며 "최종 판정이 내려지면 현실적으로 중국 업체들은 미국 시장 수출길이 막히게 돼 국내 업체들에게는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만의 경우 2010년 중국과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통해 특정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 유력한 수혜처로 꼽힌다.

미국 태양광 시장 전망도 밝다. 태양광 시장은 유럽시장이 크지만 침체에 빠져있는 것과 달리 미국은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평가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설치 시장 규모는 24.9기가와트(GW)인데 미국은 1.8GW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태양광 시장은 경제위기로 위축됐지만 미국은 태양광 설치규모를 작년 1.8GW에서 올해 2.8GW로 계속 늘리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제공

국자중 한국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 태양광 시장의 부진이 공급과 수요의 전형적인 불일치 상황으로 이번 제소는 긍정적인 신호”라며 “유럽도 큰 시장이지만 점차 미국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업체들에게는 큰 기회”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