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패션 소비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업체의 중국 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는 중국 고소득층을 겨냥한 '고가(高價)' 명품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명품 시장이 매년 30~40%씩 고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 업체의 핵심 전략은 확고한 명품 이미지 구축이다. 이를 통해 브랜드 가치도 높이고 매출도 향상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가 진출 초기부터 주요 도시 고급 백화점·쇼핑몰에 입점하는 이유도 고가 명품 전략의 일환이다.

지난 2009년 중국에 진출한 SK네트웍스는 토종 여성복 브랜드 '오즈세컨' 매장을 현재 52개에서 올해 말까지 70여개로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내 백화점 가격도 국내보다 70~80% 이상 비싸다. 전체 물량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데다, 고급 소비자를 위한 마케팅에 정성을 쏟기 때문이다. 매출은 첫해 100억원에서 지난해 5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브랜드가 인기를 얻자 중국 관광객들이 여행 온 김에 한국 매장에서 옷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서울시내 일부 백화점 매장에선 전체 고객의 20% 정도가 중국 소비자"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는 오즈세컨이 미국 19개 백화점에 입점해 있고, 올 하반기 일본과 영국 등에도 매장을 연다는 점을 중국 소비자들에게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제일모직·LG패션·이랜드 등도 고급 백화점 위주로 매장을 내고 있다.

캐주얼 위주에서 정장과 핸드백·구두 등 잡화로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는 토털패션 전략도 주요 포인트다. 중국 패션시장은 지난해 100조원에서 2020년 700조원으로 커질 정도로 성장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상품을 향한 소비자들의 욕구도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의 경우, 주력인 '빈폴'을 중국에 출시할 때 남성·여성·액세서리 등을 망라하는 '토털매장'을 만들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살 수 있는 다양한 제품군을 한곳에 구비해 놓겠다는 것이다.

중국 상하이(上海)에 있는 이랜드 매장에서 중국인 쇼핑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국내 의류업체들은 명품·고급 브랜드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또 중국 전담 디자인실을 구성해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붉은색을 많이 사용하고, 주름 없는 바지를 선보이는 등 중국 시장용 '아이템'도 내놓았다. 대신 가격대는 중국 현지와 한국 매장을 똑같은 수준으로 맞췄다. 국내에서 이미 구축한 '고급스러운 캐주얼' 이미지를 그대로 중국으로 전파하겠다는 것이었다.

빈폴은 올해 중국 매장 30여개를 더 확보, 연말까지 145개로 늘릴 계획이다. 제일모직은 향후 5년 이내에 빈폴 전체 매출에서 30% 이상을 중국에서 올린다는 목표다. 제일모직은 올가을 시즌에 중국 소비자만을 위한 첫 브랜드 '알쎄(ALCEE)'도 내놓았다. 35~45세 중년 여성 직장인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다.

지난해까지 캐주얼·아동 브랜드에 집중했던 이랜드는 그동안 공들여 인수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올해부터 속속 중국에 진출시키고 있다. 스포츠 패션 브랜드 '벨페'와 가방 브랜드 '만다리나 덕', 올 초 인수한 가죽 전문 브랜드 '코치넬레' 등이다. 이탈리아 명품 구두 브랜드 '수토 만텔라시'도 중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토 만텔라시 평균 가격대는 200만원 안팎, 가장 비싼 제품은 1100만원에 달한다. 중국 내 소득 상위 1~5% 이내 부유층이 대상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2020년 중국 패션 사업 매출 10조원 달성을 위해서는 종합 패션 브랜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 1조6000억원을 올렸다.

국내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전략도 등장하고 있다. LG패션은 프랑스 라푸마 본사와 함께 '라푸마 차이나'를 설립, 중국 아웃도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봄·여름 제품을 처음 출시한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매장을 100여개로 늘렸다. LG패션 관계자는 "중국 아웃도어 시장이 매년 35%씩 성장하고 있다"며 "오는 2015년까지 중국 시장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