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지난 9월 6일 자체 브랜드(PB)로 출시한 '베스(VESS) 콜라'는 지난 한 달간 이마트에서 28만개가 팔렸다. 업계 1위 코카콜라 캔 제품 판매량(29만7000개)에 5% 정도 뒤지는 수치다. 가격은 코카콜라의 60% 수준. 이마트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자 이달에는 반값 주스, 12월에는 반값 비타민 음료를 내놓을 예정이다.

대형마트의 PB(Private Brand) 제품 인기가 높다. PB 제품은 유통업체가 국내외 업체에서 주문생산(OEM)해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제품이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3대 대형마트의 PB 제품 매출은 2007년 2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3000억원으로 4년 사이 3배가 됐다. 유통업계는 이 중 절반을 식품 제품으로 추정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PB 제품 가운데 식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기술개발을 통해 가격에 거품을 뺀 다른 분야와 달리 식품업체들의 가격에 여전히 거품이 끼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음료·커피·과자 등 PB 식품 크게 늘어

대형 식품 기업의 독과점 제품은 같은 용량의 PB 제품보다 최대 108%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CJ제일제당의 '햇반 철원오대쌀밥'(210g·6개)은 7600원이다. 반면 이마트가 파는 PB 제품 '왕후의 밥'은 같은 용량이 3650원이다. 롯데칠성의 '칠성사이다'도 PB 제품과 같은 용량으로 비교할 때 2배 비쌌다. 대상 '청정원 우리쌀로 만든 찰고추장'(500g)도 고춧가루 함량이 동일한 PB 제품보다 60% 가까이 가격이 높았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수범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대형 식품업체가 직접 생산하는 일반 제품에 비해 PB 제품이 주축인 OEM 제품의 생산단가는 2010년 기준으로 81.3%였다. 같은 양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OEM이 20% 정도 생산비가 적게 들었다는 뜻이다. 커피(30.1%), 과자(37.1%), 음료(56%) 등 독과점된 제품군일수록 일반 제품과 OEM 제품의 생산단가 차이가 컸다.

김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일반 제품과 생산단가 차이가 큰 음료·면류·커피·과자의 OEM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가 제조업 브랜드와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쉬운 과일 음료, 인스턴트 커피, 라면의 판매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존 식품업계는 "PB 제품보다 더 좋은 원료를 쓰고 연구개발, 품질 관리, 마케팅에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주장한다. PB 제품은 제품·위생관리에 허점이 많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마트 관계자는 "공장 생산 능력, 위생 등을 평가하는 세계적 기관인 영국표준협회(BSI) 평가에서 상위 1·2등급에 든 업체들로 PB 식품 납품업체를 제한하고 있다"며 "규모가 작을 뿐이지 시설 면에서는 선두 기업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PB 제과류를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부사장은 "대기업의 영업력에 밀려 국내에서 인지도가 없을 뿐 미국과 일본 등에 수출할 정도로 제품 질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며 "대기업보다 싸게 팔아도 이익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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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PB 상품은 1위 상품 위협

PB 제품이 1등 식품업체 제품의 매출을 앞지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마트가 위탁 생산하는 '통큰카레'(300g)는 매달 2만9000개씩 팔린다. 카레 업계 1위인 오뚜기 '3분카레'(200g·매달 1만8000개 판매)보다 1만여개가 더 팔리는 셈이다. 인기 비결은 30% 싼 가격이다. 롯데마트가 부산우유에 위탁해 만드는 '프라임엘 우유'(1L)는 업계 1위인 서울우유를 제치고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우유가 됐다. 연세우유가 OEM으로 홈플러스에 공급하는 '홈플러스 좋은상품 우유'(1L)도 마찬가지다.

중앙대 이정희 교수(산업경제학)는 "일부 PB 제품과 기존 NB(National Brand· 전국적으로 팔리는 브랜드) 제품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대형 식품업체에 대한 가격 인하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PB(Private Brand)

유통업체가 국내외 업체에 주문 생산해 자기 매장에서만 저렴하게 판매하는 브랜드 제품. PL(Private Label)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