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이에 더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국채 금리는 연일 하락하고 있다. 채권 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수요가 늘어나, 해당 채권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올해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채권에 대한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 중인 외국 돈을 굴릴 투자처로 한국 국채를 찾는 데다, 이전보다 만기가 더 긴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는 것이다.

국채 금리 연일 하락…외국 투자 급증에 금리 인하 기대

4일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9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국채 3년물 금리(2.74%)도 사상 최저 수준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데다, 이달 중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겹치면서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외국인의 국채 투자 규모는 2배로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07년 말 37조원이었던 외국인의 정부 채권(국채와 통안채를 합친 것) 투자 규모는 올해 8월 말 87조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채와 통안채(통화안정증권·한국은행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외국 중앙은행의 투자 액수는 1조2000억원에서 약 31조7000억원으로, 30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이후에는 외국인이 사들이는 채권의 만기도 길어졌다. 동부증권에 의뢰해 분석한 외국인의 채권 만기별 하루 평균 순매수 금액을 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지난 8월 27일 이후 외국인이 만기 10년 이하 국채를 순매수한 하루 평균 액수는 332억원이었다. 이는 연초 이후 하루 평균 순매수 금액(145억원)의 두 배다.

유럽 위기에 한국 채권 사들인 유럽 우량국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 국채시장에서는 유럽 우량국이 강세를 보였다. 기획재정부 통계를 보면 올해 8월 말까지 노르웨이는 2조7000억원, 스위스는 1조8000억원 각각 한국 국채에 순투자(순매수 금액에서 만기상환금액 등을 뺀 것)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7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럽 우량국 중앙은행이 한국 국채를 사들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유럽 국가의 경우, 자국 통화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사들인 유로화를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신동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독일·네덜란드 같은 우량국 채권 금리가 낮기 때문에 유럽 투자자에게는 금리는 더 높으면서 정부 재정이 건전한 편인 한국 국채가 매력적인 투자처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9월 들어 외국인의 국채 투자 동향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승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고르게 투자 규모를 늘린 데다, 미국의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푸는 통화정책) 발표 이후 미국계 자금이 다시 국채 시장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9월에는 미국·영국·프랑스·싱가포르 등의 국채 순투자 금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며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7월 말부터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반등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스위스나 노르웨이 등의 중앙은행이 한국 채권에 투자할 매력은 약해지고 있다"며 "다만 시중에 달러가 많이 풀리는 만큼, 중국·태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과정에서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